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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염병이라면 걸려도 좋아요

기사입력 2016-12-14 10:39

▲이런 전염병이라면 걸려야 한다(이경숙 동년기자)
▲이런 전염병이라면 걸려야 한다(이경숙 동년기자)

서울 변두리 어느 우체국 집배원의 얘기다. 달동네로 우편물을 배달하려면 오토바이를 밀고 올라가야 하는 좁고 가파른 골목이 여러 군데 있었다. 그날도 어느 허름한 집 앞을 지나다 마침 대문 앞에 떨어진 수도세 고지서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수도세가 좀 이상했다. 그 집에는 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셨는데 보통 때보다 수도세가 거의 5배가 청구된 것이다. 수도관이 새거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배원은 초인종을 누르고 할머니가 나오시자 고지서를 내밀며 수도관을 고쳐야겠다고 말했다.

“그럴 일이 있어요. 거동이 불편한 이웃 할머니 다섯 분을 우리 집으로 모셔왔어요. 나는 아직 건강하니까 도우려고요. 빨래를 많이 해서 그래요.”

과연 할머니 댁의 빨랫줄에는 빨래가 엄청 널려 있었다. 집배원은 그다음 날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할머니 댁에 와서 빨래하고 개키는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났다. 집배원은 그날도 점심시간에 할머니 댁에 왔다가 깜짝 놀랐다. 여러 대의 오토바이가 죽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더 놀란 이유는 다른 집배원들이 빨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마다 슬며시 사라지는 동료가 수상해 미행했다가 이런 선행을 하는 것을 알고는 함께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사랑과 배려는 확실히 전염성을 갖는다. 또 그런 전염병에 걸리면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된다. 요사이 우리나라가 어지럽다. 나라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더욱 용서와 사랑과 희망을 말해야 한다. 탐욕에 물든 사람들이, 이기심으로 균형을 잃은 사람들이 너그러움이 무엇인지 깨끗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또 맑게 치유되는 감동을 선사받았으면 좋겠다. 들으라 하고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은 경청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 되어 상생하는 삶을 알게 되면 좋겠다. 우리는 각자의 장소와 시간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해내야 한다. 새해도 오니 희망의 전염병이 많이 번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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