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외 큰 온도 차 반복되면 체온조절 부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가 지나면서 극한 폭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졌다. 서울에서는 18일 만에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는 등 밤더위도 한풀 꺾였다. 그러나 더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무더위가 이어지는 데다 사무실, 대중교통 등에서 실내 냉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 시기에는 더위는 물론, 이러한 온도 차가 큰 실내외를 오가는 생활을 조심해야 한다. 차가운 환경에 장시간 머물면 체온조절 기능에 부담이 생기고, 목·어깨 근육이 경직될 수 있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는 안면신경마비도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냉방이 부르는 근육통의 정체
여름철 가장 흔하게 병원을 찾는 증상 ‘냉방병'은 정식 질환명이라기 보다 냉방 환겨엥 오래 노출된 뒤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통칭한다. 몸이 무겁고 두통이 생기며 콧물과 재채기까지 나타나 여름 감기로 오해하기 쉽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체온과 혈압, 소화 기능 등을 조절한다. 더운 실외에서는 혈관을 확장해 열을 배출하고, 차가운 실내에서는 혈관을 수축시켜 체온을 유지한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급격한 온도 변화가 반복되면 신체가 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피로감이나 두통, 위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에어컨을 오래 쐰 뒤 목이나 어깨에 “담이 걸렸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흔히 말하는 담은 목·어깨 근육이 갑자기 뭉치면서 통증이 나타나는 상태로, 근막통증증후군과 관련될 수 있다.
차가운 환경에서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근육이 수축하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목과 어깨가 쉽게 굳는다. 근육과 근막에 생긴 통증유발점이 자극되면 국소적인 통증뿐 아니라 머리까지 이어지는 연관통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차가운 기운인 한사(寒邪)가 기혈의 흐름을 방해한 것으로 해석한다.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근육이 긴장하고 통증이 생긴다는 ‘불통즉통(不通則痛)’의 원리다.
입꼬리 쳐지고 눈이 안 감기면 안명신명마비 의심
피로가 누적되고 면역력이 떨어진 시기에는 안면신경마비도 주의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라고 부르는 질환이다.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안면신경에 이상이 생기면서 한쪽 입꼬리가 처지고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물을 마실 때 한쪽 입으로 물이 새거나 귀 뒤쪽 통증, 미각 저하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안면신경마비는 겨울철에만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름에도 수면 부족과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되면 발생할 수 있다. 바이러스 재활성화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찬 바람 자체가 안면신경마비를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얼굴에 냉방기 바람을 직접 맞는 생활은 피하고 충분히 쉬는 것이 좋다. 특히 갑자기 얼굴 한쪽이 처지면서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고 심한 두통이 동반되면 뇌졸중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통증 오래가면 진료 받아야
냉방으로 인한 불편을 줄이려면 실내외 온도 차를 지나치게 크게 두지 않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에어컨 바람이 목이나 얼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풍향을 조절하고, 얇은 겉옷이나 무릎담요를 활용해 체온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두세 시간마다 실내를 환기하고, 한 시간 이상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목과 어깨를 가볍게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충분히 잠을 자는 것도 중요하다. 생활습관을 바꿨는데도 목·어깨 통증이나 두통이 계속되거나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안면신경마비는 치료 시작 시기가 회복과 후유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침, 약침, 추나요법, 한약 등을 적용한다. 안면신경마비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 대상 질환 가운데 하나다. 다만 모든 의료기관과 모든 처방에 일괄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방문 전 참여 기관과 적용 기준, 본인부담률을 확인해야 한다. 시범사업은 2024년 4월 29일부터 시행됐다.
김상돈 해운대자생한방병원장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냉방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실내 온도와 직접적인 찬 바람은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냉방 후 목·어깨 결림이나 두통이 오래가거나 얼굴 움직임에 이상이 생겼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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