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편안 앞두고 계류 법안별 운영모델 비교
수탁법인·민간 전문운용사·퇴직연금공단으로 운영 주체 구분
정부 개정안 앞두고 민간·공공 참여 범위 등 입법 쟁점 부상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세부 설계를 진행하는 가운데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 전문가가 운용한다는 방향은 같지만, 기금은 누가 만들고 운용할지를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이 제시됐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한정애·안도걸·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기금형 퇴직연금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한정애 의원안은 노사가 참여하는 비영리 수탁법인, 안도걸 의원안은 민간 퇴직연금기금 전문운용사, 박홍배 의원안은 고용노동부 산하 퇴직연금공단을 운영 주체로 삼았다.

◇한정애안, 노사 참여하는 비영리 수탁법인
한정애 의원이 2024년 11월 대표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은 기존 계약형에 더해 기금형 퇴직연금 운영방식을 새로 도입하는 내용이다. 사용자가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과 계약을 체결해 신탁을 설정하는 구조다.
수탁법인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설립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규정했다. 수탁법인의 난립을 막기 위해 설립할 수 있는 사용자의 요건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제도 설계에는 노사의 참여도 반영했다. 수탁법인 설립준비위원회는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가 같은 수의 위원을 선임해 구성한다. 이사회에도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 이사를 같은 수로 두고 자산운용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했다.
기금형 확정기여형(DC)에서는 수탁법인이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 직접 운용하거나 전문기관에 맡긴다. 수탁법인에는 가입자의 이익을 위한 선관주의·충실의무를 부과하고, 일정 규모 이상이면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했다. 세 법안 가운데 노사 참여와 수탁자의 책임을 가장 구체적으로 담은 것이 특징이다.
한 의원은 이에 앞서 2024년 8월에도 별도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법안은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를 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로 확대하고, 100명 이하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이, 100명 초과 사업장은 국민연금공단이 담당하도록 했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이 법안을 비롯한 관련 개정안들을 함께 심사해 하나의 통합 대안을 마련했다. 대안에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가입 대상을 100명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국민연금공단 참여안은 제외됐다. 이에 한 의원이 발의한 원안은 대안반영 폐기됐다.

◇안도걸안, 민간 전문운용사 참여로 경쟁 촉진
안도걸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개정안은 중소기업에 한정된 기금형 운용구조를 모든 사용자와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퇴직연금사업자의 참여를 허용해 복수 기금 간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다.
개정안에 따르면 퇴직연금사업자는 일정한 인적·물적 요건을 갖춘 퇴직연금기금 전문운용사를 설립할 수 있다. 전문운용사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퇴직연금기금을 운용한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의 가입 대상도 발의 당시 30명 이하 사업장에서 ‘중소기업 기본법’상 모든 중소기업으로 넓히도록 했다. 근로복지공단 내부에는 기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조직을 두도록 해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내용도 담았다.
중소기업이 아닌 사용자는 3개 이상의 퇴직연금사업자와 계약해야 한다. 근로자는 이들 사업자가 운용하는 기금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기금으로 이전할 수 있다. 사업자는 기금의 취급 실적과 운용 현황, 수익률 등을 매년 공시해 가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적용 범위는 확정급여형(DB)과 DC형뿐 아니라 개인형 퇴직연금제도까지 포함한다. 가입자의 선택권과 사업자 간 수익률·수수료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반면 기금 간 단기 수익률 경쟁이나 계열사 금융상품 편입 등 이해 상충을 막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박홍배안, 고용부 산하 퇴직연금공단 신설
박홍배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고용노동부 산하에 퇴직연금공단을 설립하는 내용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운영 중인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별도의 전문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퇴직연금공단은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운영을 비롯해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운영 지원, 가입자의 수급권 보호, 사용자에 대한 감독 행정 지원과 상담 등을 담당한다. 공단 산하에는 퇴직연금 관련 조사·연구와 국제협력을 수행하는 퇴직연금연구원도 둘 수 있도록 한다.
민간 금융기관이 지원하기 어려운 영세·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과 관리를 공공기관이 맡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금 운용뿐 아니라 가입부터 수령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박 의원안은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을 전면 도입하는 구체적인 운용모델이라기보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을 전담할 공공기관 설립에 무게가 실린다. 공단 신설에 드는 비용과 기존 근로복지공단 업무와의 중복 가능성은 검토 과제로 꼽힌다.
세 법안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라는 방향은 같지만, 한정애 의원안은 노사 공동 지배구조, 안도걸 의원안은 민간 사업자 간 경쟁, 박홍배 의원안은 공공기관의 전담 지원 기능에 각각 무게를 뒀다.
정부 개정안이 제출되면 이들 의원안과 함께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국민연금공단 참여안이 입법 과정에서 제외된 것처럼 세 법안이 원안대로 처리되기보다 각 법안의 내용을 조정·통합한 위원회 대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민간과 공공의 참여 범위, 연합형 수탁법인의 요건, 별도 공단 설립 여부가 향후 입법 논의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