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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재개발임대, 청년 문턱 낮추자 고령층은 ‘그림의 떡’

입력 2026-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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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가점 폐지 고령층 불리

참여연대 “공공임대 뜻 훼손”

초고령사회 진입 변화 역행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재개발임대주택의 연령·사회취약계층 가점을 폐지하고 청약저축 납입 횟수 중심으로 입주자 선정 기준을 개편하면서 고령층의 주거복지 축소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이투데이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재개발임대주택의 연령·사회취약계층 가점을 폐지하고 청약저축 납입 횟수 중심으로 입주자 선정 기준을 개편하면서 고령층의 주거복지 축소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이투데이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재개발임대주택 입주자 선정 기준에서 연령과 사회취약계층 가점을 없애고 청약저축 납입 횟수와 서울 거주기간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년과 1인 가구의 입주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지만, 노후에 빈곤으로 내몰린 고령층과 사회취약계층의 입주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SH는 지난달 30일 재개발임대주택 155개 단지 3421세대의 입주자 및 예비입주자를 모집하면서 기존 가점 항목이던 신청자 연령과 세대원 수, 사회취약계층 관련 가점을 폐지했다. 대신 청약저축 납입 횟수와 서울시 거주기간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반영했다. SH는 기존 가점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저소득 청년층과 1인 가구의 입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주거난을 고려하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재개발임대주택은 시장에서 주거를 해결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점에서, 공공분양과 유사한 청약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후 빈곤층에 불리한 청약 가점 구조

논란의 핵심은 청약저축 납입 횟수를 사실상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가점으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청약저축은 장기간 꾸준히 납입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지는 구조다. 반면 고령층 가운데는 은퇴 이후 소득 감소나 배우자 사망, 질병 등 생애 후반의 변화로 뒤늦게 주거 취약계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들에게 과거부터 얼마나 꾸준히 청약을 준비했는지를 입주 경쟁의 주요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고령층의 높은 빈곤 위험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5’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소득빈곤율은 39.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특히 66~75세는 29.8%인 반면 75세 초과 후기 고령층은 54.0%에 달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로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애 후반 주거 취약계층이 된 고령자에게 장기간의 청약저축 납입 실적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약시장의 당첨자 연령 분포를 보면 젊은 층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청약 당첨자 3만7697명 가운데 30대 이하는 1만9822명으로 52.6%를 차지했다. 이 수치만으로 고령층의 청약 가입이나 준비 정도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 청약 당첨자의 절반 이상을 30대 이하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은 “이번 개편은 공공임대주택의 본질을 ‘주거 취약성 구제’가 아닌 ‘청약 시장의 경쟁 논리’로 바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고령층의 빈곤은 생애 후반기에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젊은 시절부터 청약을 준비할 수 있었던 세대와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에 청약 경쟁 논리 적합 여부 논란

일각에선 공공임대가 생애 전반의 ‘청약 준비 정도’를 중시할 것인지, 현재의 ‘주거 취약성’을 우선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반적인 주택 청약에서 활용되는 기준을 저소득층과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재개발임대주택에 적용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맞느냐는 것이다.

참여연대도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사회취약계층 가점제를 폐지한 재개발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를 즉각 철회하라”며 “공공분양과 유사한 청약 가점제를 공공임대주택에 적용해 사회취약계층을 우선하는 공공임대주택의 배분 원칙을 크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재개발임대주택이 철거세입자에게 우선 공급한 뒤 남은 주택을 저소득계층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공분양과 공급 목적과 대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5가구 모집에 1534명이 몰려 30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도 있었던 만큼 가점 기준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 ‘공공주택특별법’이 저소득층과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안정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국토교통부의 ‘기존주택등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에서도 주거취약계층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며 이번 개편이 공공임대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SH가 청약 접수를 시작하는 11일 이전에 이번 공고를 철회하고 사회취약계층 가점제를 복원한 새로운 모집 공고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 혜택 놓고 청년·노인 ‘제로섬’ 안 돼

청년층의 주거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과 사회취약계층 보호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과 1인 가구의 기회를 넓히면서도 노후 빈곤층과 고령 독거가구,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별도의 배려 장치를 유지하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 센터장은 고령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 측면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초고령사회 주거정책의 핵심은 고령자가 살던 동네에서 안전하게 계속 거주하면서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고령층이 재개발임대주택에서 밀려나 기존 생활권과 단절되면 지역사회 돌봄망도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주거난 해결이 노인 주거복지 축소로 이어지는 ‘세대 간 제로섬 게임’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를 무엇을 기준으로 선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장기간 청약을 준비한 정도를 중시할 것인지, 현재 주거 지원이 절실한 정도를 우선할 것인지에 따라 공공임대의 수혜자가 달라질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노후 빈곤과 주거 불안이 함께 커지는 만큼, 청년층의 기회를 넓히는 과정에서 고령 취약계층의 주거 안전망이 약화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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