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창 7명이 함께 떠난 홍콩 여행은 즐거웠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우리의 여행이 어땠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은 워낙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라 어떤 날은 컨벤션센터 앞쪽에 내려서 구경했고 그 다음 날은 뒤편 바닷가 쪽 스타광장에서 관광을 했다. 좋은 친구들과의 단체여행이라 어떤 상황이라 해도 다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스타광장에서는 유명 배우들의 핸드프린팅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아름다운 왕조현과 우수에 찬 모습이 눈앞에 선한 장국영의 것은 찾을 수 없어 서운했다.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의 스텐리 마켓이라는 예쁜 카페에서 사 먹은 망고 주스와 아이스크림도 맛있었고 풍광도 아름다웠다. 우리는 그날 바닷가 빌딩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도 들었다.
홍콩의 리펄스 베이라는 해변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빌딩이 있었다. 바로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빌딩이었는데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의아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건축주가 바닷가에 빌딩을 지으려 하자 홍콩의 유명한 풍수학자가 그 자리엔 빌딩을 지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한다. 빌딩이 세워질 자리는 x월 x일 x시에 용이 승천하기 위해 지나야 하는 곳인데 빌딩이 세워지면 용이 승천을 못해 재앙이 내릴 것이라 했다 한다.
건물주는 그 자리에 빌딩을 세우지 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어 난감했는데 깊은 고민 끝에 좋은 해결책을 찾아냈다. 빌딩을 짓되 용이 지나는 자리를 비워두고 빌딩을 짓겠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리펄스 베이라는 해변의 아름다운 빌딩에 용이 지나갈 자리가 빈 공간으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용이 정말로 그곳을 통해서 승천했을까? 미신 같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건물주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이 아름다운 전설로 빌딩은 더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한강 변에 있는 빌딩도 용이 지나야 할 길목이어서 승천할 공간을 비워놓은 걸까?
리펄스 베이는 홍콩의 바닷가이고 이곳은 아름다운 서울의 한강 변이다. 비슷한 형태의 빌딩을 보고 같은 전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한강 변의 빌딩도 용을 무사히 승천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빌딩 근처 팻말에는 용이 아닌 ‘바람이 지나는 곳’이라 쓰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