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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참회 일기

기사입력 2016-11-03 17:14

어느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그동안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던 일들의 해답이 문득 찾아왔던 것이다. 필자는 반가운 마음에 고양이 세수를 서둘러 서재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글로 남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필자의 생활을 바로잡기 위해 이 글을 꼭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다. 필자의 잘못된 습관이 필자 인생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필자를 믿고 신뢰하는 사람들, 특히 사랑하는 가족, 그중에서도 두 아들에게 죄를 짓게 되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큰아들에게 게임을 지나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였더니 큰아들은 아버지가 바둑 두는 것을 중단하면 자신도 게임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필자의 취미인 바둑을 중단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필자에게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습관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떤 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 거기에 몰입되어 잘 빠져 나오지 못하는 습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습성은 이제 고질적인 습관이 되어버렸다. 안 좋은 상황일 때는 필자의 인생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생각에 고쳐보려고도 했지만 잘 안 되었다. 물론 그 집중력이 필자의 오늘을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말이다.

필자는 평일 아침이면 하루 일과를 정리한 뒤 중요한 것부터 하나하나 실행해나간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필자를 보면서 굉장히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주말이나 퇴근 이후에는 마음이 느긋해져 성당을 다녀오거나 급한 일만 처리한 후 바둑에 빠지는 데 있다. 이제라도 필자의 잘못된 습관을 하나씩 고백하면서 참회하고 싶다.

첫째, 필자는 평일에 하던 것처럼 주말을 잘 지내지 못했다. 계획을 세워 주말에도 제대로 생활했더라면 필자와 아들의 인생이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 가장으로서 당연히 모범을 보여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들들이 더 잘 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들어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다. 예를 들어 바둑은 나 혼자 즐기는 취미다. 필자의 즐거움 때문에 가족들은 필자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우선 아내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아들들이 어렸을 때 좀 더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장성한 아들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아버지를 보면 부럽고 필자의 잘못된 삶이 반성된다.

둘째, 필자는 “습관은 제2의 천성이다”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습관도 바꾸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도 강조해왔다. 그런 필자가 자신의 고질적인 습관은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르키메데스가 욕탕에서 진리를 발견했듯 갑자기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아내는 필자가 취미생활 혹은 다른 일에 몰두해 있을 때 가끔 다가와 “여보, 심심해”라고 말하곤 했는데 필자는 그런 아내를 혼자 내버려두곤 했다. 시니어 교육을 받으면서 함께하는 생활을 하겠다는 계획서까지 만들어놓고도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아내가 치매라도 걸리면 필자는 얼마나 뒤늦은 반성을 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셋째, 필자는 나폴레옹의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에 공감하고 지금도 아침이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필자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필자보다 더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몇십억대의 엄청난 연봉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왜 나는 저런 연봉을 받을 수 없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원인은 필자의 잘못된 습관 같다. 분명히 필자는 그들과 똑같이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고 태어났는데 왜 필자의 연봉은 그들과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일까? 필자는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을 통회하고 있다.

넷째, 필자는 가끔 핑계를 대는 습관이 있다. 아들들이 필자가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하지 않아 힘들어서 이를 견디기 위해 취미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스스로 핑계를 댔다는 자책이 든다. 지금 생각하니 참 유치한 핑계였다. 어른인 필자가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필자는 회피하고 핑계를 대면서 무책임하게 행동했던 것이다. 핑계는 나약한 사람들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도 삶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이 조심스럽다. 오늘의 참회는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는 계획된 생활로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아들들도 변화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진리를 실천해야겠다. 요즘에는 가끔 주말에 아내와 영화를 보러 간다. 함께 영화 보러 가자고 하면 아내는 너무 행복해한다. 필자의 참회 일기가 점점 더 두꺼워지면 아내는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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