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이 가르칠 대상 있어 기뻐”
한국을 떠나기 전 문영섭(文榮燮·56)씨는 입시학원을 운영했다. 요즘의 모든 학원이 그렇듯 낮아지는 출산율로 인한 학원생의 감소는 그를 압박했고, 돌파구가 필요했다. 18년간 운영해 온 학원을 정리해야 한다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가장이 된 아들이 ‘코이카’를 추천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평생 수학을 가르쳐 온 그에게 가르칠 대상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도피일 수도 있었죠.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하는 데 주저함은 없었어요. 1999년 필리핀에서 8개월간 어학연수를 하며 지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거부감도 없었어요.”
그렇게 코이카 봉사단에 지원했다. 대학 때 전공은 농화학이었지만, 다행이 코이카에서 그의 입시학원 수학강사 경력을 인정해 줬다. 그가 이 곳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내년 8월까지. 그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곳은 필리핀 네그로스 섬의 빅토리아스시(市) 국립 고등학교다. 네그로스 섬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보홀과 세부 섬의 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그는 학교 규정상 정식 수업은 맡지 못하고, 수학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경시대회반을 구성해 지도하고 있다. 또 교사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른 문화나 사고에 대한 어려움은 크게 없다고 했다.
“당연히 다르죠.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사고 방식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왜 다를까 생각하기 보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니 그렇게 어렵진 않더라고요.”
그는 코이카는 은퇴 후 시니어들이 자신의 천직을 이어나갈 수 좋은 기회 중 하나라고 이야기 했다.
“평생 학원에서 돈을 위해 수학을 가르쳐 왔잖아요. 지금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 이곳의 아이들을 위해 수학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 코이카에 지원할 분들도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이 가득하면 충분히 잘 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