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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엄마의 미국 이민이야기] (21) 코리안 바비큐

기사입력 2016-08-30 10:08

▲코넬리의 집 파티에서 친구들이 춤추고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코넬리의 집 파티에서 친구들이 춤추고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파티를 즐기는 것이 또 미국 문화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모여 크고 작은 파티가 열린다. 차와 간단한 다과를 하는 것도 그들은 티 파티라고 했다.

집집마다 주말이면 파티가 성행한다. 한 주 내내 열심히 일을 하고 금요일 오후가 되면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파티가 시작된다. 그것이 미국의 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특별히 멕시칸들이 사는 지역은 바비큐 냄새가 진동하고, 그 경쾌하고 묘한 음악소리가 이 집 저 집에서 크게 울려 퍼져 공해가 되기도 했다.

미국 손님들이 가끔씩 자기들 집으로 필자 부부를 초대해주었다. 필자는 초대를 받으면 무조건 응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문화가 궁금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마다 정성껏 코리안 바비큐를 준비했다. 제일 한국적인 선물로, 직접 마켓에서 질 좋은 초이스 고기를 사다가 정성껏 양념을 해서 준비를 하면 대인기를 독차지했다.

우선 코스코에서 가장 좋은 갈빗살을 적당히 준비한다. 때때로 질 좋은 LA 갈비도 선호한다. 준비한 싱싱한 고기를 찬물에 얼마간 담가놓았다가, 깨끗하게 빨아서 핏물을 제거한 후에 꼭 짜놓는다. 갖은 양념을 준비한다. 달콤하고 아주 맛난 싱싱한 배와 양파 그리고 마늘 생강 등을 믹서에 곱게 갈아놓는다.

달달 한 진간장에 약간의 죽염 소금과 각종 양념을 잘 섞어 준비하고, 짜놓은 고기에 가볍게 설탕을 약간 뿌려 간이 배도록 한다. 고기가 조금 연해지는 것 같다. 다시 모든 양념을 섞어 남편의 넓적한 손으로 정성껏 주무른다. 장갑을 끼고 하라고 해도 남편은 손맛이라며 기어코 두툼한 맨손으로 주물러댄다.

마지막으로 고소한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한두 점 프라이팬에 구어 살짝 양념을 맛본다. 그리고는 하루쯤 냉장고에 숙성을 시킨다. 그 후에 몇 시간 냉동을 시켜놓고 있다가 당일 아침에 꺼내어 다시 냉장실에 보관한다. 가기 전에 바로 반드시 숯불에 구워 정성껏 초대한 집으로 선물로 가지고 간다.

코넬리 부부인 정겨운 손님들이 산타모니카에서 롱 비치로 이사를 갔다. 롱 비치도 해변도시로 필자는 처음으로 가보는 곳이었다. 마침 금요일 저녁에 초대를 받았다. 세탁소 일을 서둘러 마치고 롱 비치로 향했다. 미국도 불타는 금요일이었다.

온통 도로가 트래픽(교통체증)으로 꽉 막혀있었다. 1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겨우 도착을 했다. 집안 입구에서부터 멋들어진 캔들 향이 코를 찔러왔다. 미국인들은 무척 초를 좋아한다. 현관에서부터 화장실, 부엌 등등 어느 곳에나 색색의 촛불들이 화려하게 수를 놓으며 불타오른다.

코넬리 부인의 고향인 남미 브라질의 향기도 약간은 있었지만 대체로 미국 사람들의 향내가 흘러나왔다. 이곳저곳에는 두 부부의 사랑스러운 사진이 장식되어있다. 아름다운 서구식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웠다. 코넬리 부인이 한때는 브라질의 모델이었다고 한다. 구석구석에 그녀의 자태가 커다랗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걸려있었다. 젊은 날의 앳되고 날씬하며 활기찬 모습들이었다.

커다란 식탁 위에는 각종의 미국 음식들이 진열되어있었다. 더러는 브라질 음식도 섞여있다.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파티였으므로 미국식 바비큐는 없었다. 필자 부부는 숯불에 미리 구워온 한국식 바비큐를 식탁 가운데에 올려놓았다. 미국 사람들은 신기하게 바라보더니 한 점씩 가져가기를 시작했다. 먹어보고는 또 가져간다. 먹고 나면 또 먹고 싶은 묘한 맛이 있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커다란 접시, 하나 가득한 것이 다 사라졌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엄지손가락을 쳐들며 최고라며 입맛을 다신다. 소스의 맛이 특별하다는 것이다. 모두들 소스 레시피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대체로 미국은 생고기 위에다 단순하게 소금이나 바비큐 가루를 뿌려먹는 것이 일수였기 때문이다.

다음 파티에도 또 해줬으면 하는 무언의 부탁을 받았다. 남편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분이 아주 좋은듯했다. 이번에도 한국인의 선물이 최고의 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도 몇 번은 더 해주었고 필자의 집 앞마당으로도 미국인들을 초대했다. 그들은 아주 행복하다며 코리안 바비큐가 역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한국 사람들의 입맛은 아마도 세계를 제패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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