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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대로 살기

기사입력 2016-08-22 18:33

▲물은 위에서 아래로 말없이 흐른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양복희 동년기자)
▲물은 위에서 아래로 말없이 흐른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양복희 동년기자)
옛말에 ‘순리대로’라는 말이 있다. 살아가면서 모든 것들은 억지로 거스르려 하지 말고, 흐르는 대로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저 이치와 섭리에 따라 물 흐르듯 순응하며 산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욕심이 생기고, 그 과욕이 넘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순리의 법칙을 무시하고, 결국 일이 터져 안간힘으로 수습함은 오히려 더 큰 불상사를 일으키곤 한다. 때로는 그 과욕이 몸을 다치게도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필자는 이른 아침 시간이면 운동하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미국에서는 배드민턴이나 등산으로 하루의 일과를 열었다. 노동으로만 사는 미국 생활에서 운동은 어쩌면 필수였다. 이제 한국에 와서도 수영을 하는 것으로 그날의 시작을 알린다. 운동을 안 하면 뻐근하니 몸이 아파지고, 그날은 모든 일들이 경쾌하지가 않다.

그날도 여지없이 수영을 나갔다. 수영장 안에서 언젠가 목사님 사 모라며 정겹게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이 손짓을 한다. 그녀는 필자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인사와 고갯짓을 하며 가깝게 다가갔다. 그녀는 갑작스레 수영이 잘 되느냐며 거만하게 묻기를 한다. 이제 초보자인 그녀가 중급인 필자에게 물어오는 엉뚱스러운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지난번에는 수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못하겠다며 이것저것을 물어왔던 그녀이다. 그런 사람이 갑작스레 교만한 질문을 하니 당황을 할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그녀는 태연하게 무작정 호흡을 잘 참고 열심히 해보라며, 필자에게 여러 번에 걸쳐 교묘한 충고를 한다.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언행이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참고 무시하면서 한 바퀴를 더 돌았다. 그 여자는 슬금슬금 다시 내 곁으로 다가왔다.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소리로 또 필자를 불편하게 한다. 참다못해 왜 그러느냐고 했다. 그녀는 지난 언젠가 필자가 자기한테 수영 법에 대해 물어왔는데 대답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 싶다. 필자는 그런 적 없다며 손 사래를 쳤다.

너무나 어이가 없으니 귀담지 않고 다시 한 바퀴를 돌았다. 그 여자는 또 따라왔다. 필자는 참다 못해 화가 치솟았다. 아침부터 내 돈 내고 운동하러 왔는데 왜 괴롭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왜 그러세요?”라며 다짜고짜 따져 물었다. 그녀는 이번에는 필자의 기에 눌렸는지, 무작정 미안하다고 했다.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이다. 기가 막혀 필자는 화가 더 났다.

도체 무엇을 그리 잘못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무조건 잘못을 했다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녀가 도무지 정상인으로 보이지를 않았다. 그녀는 샤워 실에서도 탈의실에서도 끝끝내 따라 불었다. 이번에는 필자와 대화를 좀 하자는 것이다. 자기를 변명하겠다는 것이다. 소위 중형교회(교인이 1500명이라고 했다) 사모라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필자는 순간에 정이 뚝 떨어졌다. 부딪히는 자체도 싫고, 욕심으로 가득 차 보이는 그녀가 마음에 전혀 다가오지 않았다. 대화는커녕 말도 섞기 두려웠다. 하나님을 섬긴다는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다른 사람에게 이유 없이 상처를 준다는 것은 이해도 되지 않고 몹시 불쾌했다. 말없이 조용히 나와 다음날은 수영을 가지 않고 하루를 걸렀다.

다시 수영장을 나갔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가왔다. 정말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정신 나간 사람 같았다. 살금살금 곁으로 다가와 이번엔 행동에 오버를 하는 것이다. 필자는 갑자기 '스톡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 무조건 피했다. 상대하고 싶지 않을 만큼 무섭게 느껴졌다. 그녀는 여전히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따라다니며 사과를 해왔지만 도대체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상대에 대한 나쁜 마음을 먹는 필자가 싫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상대는 목사님의 사모였다. 신앙을 전달하고 신을 섬기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 같지가 않았다. 곰곰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욕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수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무척 잘하고 싶어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여유시간이 많은지는 몰라도 그녀는 하루 3시간씩 수영장에 머물렀다.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고 지금은 나름대로 실력이 붙었나 보다. 그렇지만 실력은 시간이 말해주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필자에게 과시하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필자는 그녀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도 돌아가서 생각해보았고 하나님 앞에 기도도 했을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기에, 아마도 잘못을 사과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욕심에 이글거리는 모습만이 눈에 보여 와, 필자는 단순하게 싫고 그 집념이 무서웠다.

남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이 왜 쓸데없는 시간에 낭비를 하며 또 욕심을 내고 있다. 자기가 저질러 놓고 또 주워 담고 싶어 억지로 용을 쓰는 것이다. 필자도 마음은 편치가 않아,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만 싶다. 그저 순리대로 흐르는 것에 순응하며, 욕심내지 말고 마음 편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뒤늦은 후회만 하는 것은 오히려 화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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