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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화이트 하우스 온 더 힐'

기사입력 2016-05-31 16:53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대화4리에 있는 ‘화이트 하우스 온 더 힐’. (김종억 동년기자)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대화4리에 있는 ‘화이트 하우스 온 더 힐’. (김종억 동년기자)
강원 평창군 대화면 백석산 중턱에 ‘화이트 하우스 온 더 힐(White house on the hill’이란 곳이 있다. 인생의 2막을 코앞에 두고 인천과 서울에 살고 있는 필자를 비롯한 일곱 명의 초등학교 동창들이 특별한 계기에 합심해 언덕 위에 화이트칼라로 아기자기하게 지어놓은 팬션이다. 쉬고 싶을 때는 누구든, 언제든 올 수 있는 곳이다.

어느 해인가는 여름 휴가 때 특별히 부부동반으로 이곳에서 함께 보냈다.

이곳은 말 그대로 별유천지였다. 백석산 줄기에서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는 집 앞 다리 밑에서 폭포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산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때문에 그냥 마당에 서 있기만 해도 가슴속이 탁 트이고 후련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방을 둘러봐도 푸르름이 가득해 눈마저 시원하다.

어린 시절, 대개의 농촌 소년이 그랬듯 학교에 다녀오면 바로 뒷산에 올라 소꼴이나 나무 한 등짐씩 지고 내려오곤했다. 그리고 뒷산을 내려오던 중 어스름이 내려온 동네 집집마다 굴뚝에서 저녁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누룽지 익는 냄새가 스멀스멀 코끝을 자극해 오면 내려오는 걸음을 총총 서두르곤 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그 친구들이 모였으니 오죽했을까? 각자 일곱 집에서 만들어온 반찬을 펼쳐 놓으니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노각으로 오이상치를 만들고 도토리묵을 사다가 김치 송송 썰어넣고 시원하게 묵창국을 만들었다. 파김치와 오이 무침, 그리고 조개젓갈…. 우리가 어린 시절에 맛보았던 반찬들이 한 상 가득 차려지고 적당하게 삶아진 수육이 올라오면 주고받는 소주 한 잔에 우정(友情)이 새록새록 다져졌다.

저녁을 먹고 모두들 마당가에 나와 앉으니 도시에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유성(流星)이 흐르고 은하수 건너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자리, 그리고 전갈자리를 비롯한 별자리들이 눈과 마음을 호강시킨다. 이름 모를 수많은 별을 헤아리고 있자면 밤벌레 소리가 고요한 계곡에 울려퍼지면서 환상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되고 우리 일행은 관객이 돼 황홀한 휴가지에서의 멋진 첫날 밤을 보냈다.

다음 날, 필자는 동료들과 함께 평창강으로 레프팅하기 위해 출발했다. 간단한 안전교육과 준비체조를 한 다음 평창강의 푸른 물결을 가르며 드디어 보트는 하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미끄러지듯 내려가다가 급한 물굽이를 만나자 보트가 빙그르르 소용돌이 친다. 모두들 비명인지 환호성인지 모를 소리를 질러댄다. 조금 지나 바위 아래로 물살이 뚝 떨어질 때, 기우뚱! 물보라가 머리 위에서 한 바퀴 휘돌아나간다. 격한 비명을 질러대면서도 상기된 얼굴로 합심해 열심히 노를 젓다가 인접한 보트를 만나면 서로에게 물을 뿌려대면서 흥미를 유발하니 스릴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레프팅이 끝났을 때에는 아쉬움이 남아 다음엔 좀 더 긴 코스로 가자고 모두들 한마디씩 보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화면에 들러 허기진 배를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과 메밀꽃동동주 한사발로 채우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지금도 눈감으면 청정하기 그지없었던 ‘화이트 하우스 온 더 힐’이 스쳐지나간다.

이제는 빛바랜 수첩에서나 꺼내어 볼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머지않아 금년 여름에는 그때의 약속처럼 레프팅 코스가 비교적 길고 스릴 있는 동강의 어디쯤으로 떠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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