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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기]공부는 하면 할수록 자신을 발견하게 만든다

기사입력 2014-11-27 13:24

“배움이 있는 한 청춘입니다”…조찬회에서 만난 이득해(77)씨

해외 CEO들이 우리나라에 올 때마다 놀라는 장면들이 있다. 바로 아침 7시 부터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는 게 일종의 문화가 된 한국 경영자들의 모습이다. 단순히 인맥을 쌓는 게 아닌, 800~900여 명의 경영자들이 모여서 열띤 배움을 추구하는 모습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같은 세계적 CEO들에게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은 바 있다. 세계미래포럼(이사장 이영탁) 조찬회에서 만난 두 모자(母子)의 모습도 그런 강렬한 아우라가 있었다. 앞 좌석에 앉아 강연에 귀 기울이며 바쁘게 메모를 하는 그 모습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어떤 동기가 있는 것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상이 비범해 보이는, 보통 할머니 같지 않은 느낌. 1960년생인 아들과 함께 세계미래포럼 조찬회에 참석한 1938년 생 이득해 씨는 첫눈에도 보통이 아니라는 인상을 줬다. 그 인상처럼, 그녀는 범상치 않은 삶을 갖고 있었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대학은 서울에서 나왔어요. 법을 공부했는데, 친구들은 전교 1, 2등 하던 내가 판사나 검사가 안 된 것에 대해 의구심이 많아요. 동생들 키우느라 그랬죠. 그런데 내 자식들은 내가 법 공부 계속했으면 시집도 안 가고 일하다가 정의를 위해 싸우는 투쟁가가 됐을 거라고, 하나님이 도운 거라고 해요.”

자신감, 몰입과 고지식함, 그리고 승부욕. 그녀도 인정하는 자신의 특징이었다.

“어떤 직업을 해도 내 적성에 맞아요. 수학학원, 레스토랑… 한솥도시락은 전국에 200개 체인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1, 2등을 했었죠.”

몰입·강직·승부욕으로 인생을 경영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세계미래포럼 조찬회에 나와 열공한다는 이득해 씨(왼쪽)

그녀는 현재 광고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한다. 4년 전에 세상을 떠난 남편은 물수건을 단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했었다. 말하자면 부부가 함께 경영자였던 셈이다.

“남편 집안이 잘 살았던 건 아니고, 저와 같이 맨땅에 일군 거예요. 애초에 결혼할 때 양쪽 집에서 굉장히 반대가 심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내기 싫었고, 시댁에서는 내가 예수를 믿는다고 아주 싫어했어요. 좀 내가 키도 작았고…. 이해돼요. 그런데 막상 결혼하니 내가 시어머니한테 잘못한 적 없고 시어머니도 나에게 대놓고 뭐라 하신 적 없어요. 하긴 야단을 쳐도 내가 뭐를 모르니까. 그냥 칠푼이같이 해맑았던 거죠.”

독실한 크리스찬으로서 그녀는 네팔에서 선교사업과 함께 교회를 짓고 있다. 힌두교 쪽에서 작업을 저지해서 힘들지만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4년 전에는 네팔 아이 세 명을 한국에 데려와서 공부시켰어요. 중학교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내고 세 명 다 대학도 보냈어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간 아이가 있는데, 걔는 자기 나라 가면대통령도 할 수 있겠죠. 그 아이들을 무섭게 키웠죠. 내 아이처럼. 그래서인지 엄마라고 불러요.”(웃음)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자신을 발견하게 만든다

“공부는 할수록 나를 발견하는 일이죠. 공부는 하고 싶은 게 아니고, 해야할 거예요.” 그녀는 앞으로 배우고 싶은 분야로 미래가 들어가는 미래 지향적인 학문이나 건강 관련 분야를 꼽았다. 나이가 80이 다 되어 가는데 공부를 하다보면 피곤하지 않을까?

“피곤해도 공부할 땐 몰라요. 졸면서도 재밌고. 뭐 존 적은 없는데, 내가 피곤해도 새벽부터 내내 공부하니까.”

공부는 그녀의 에너지 넘치는 삶의 동력원이었다. 평생교육, 경영자과정, 일본어, 네팔어, 영어 등등, 그녀의 지적 욕구는 끝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그런 기질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제 어머니가 동생들이 많아서, 동생을 업고 학교를 갔다고 해요. 가서는 당시에 문도 없던 교실의 밖에서 안을 쳐다보면서 공부하셨다고. 그리고 동네에 간이역이 있는데 거기에 앉아서 사람들이 시계를 보고 ‘몇 시 몇 분이네’ 하면 그걸 보고 시계 보는 법을 익히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가 일제 때여서 어머니가 일본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보니까 너무 잘하게 돼서 일본 부대에서 통역을 맡았었어요. 거기에 저를 항상 데리고 다니셨죠. 그때 부대에 가면 먹을 게 많으니까 이것저것 주는데 저는 누가 주는 건 안 먹고 어머니가 손에 쥐어주는 것만 먹었대요. 지금도 좀 그런 성격이 있긴 합니다.

너무 가난하니까 어머니가 올 때 통에 짬밥을 한 동이 이고 오시는데, 그 속엔 먹던 군인들 침도 들어 있고 코도 있었지만 그냥 끓여서 먹었어요. 근데 내가 그걸 먹을 수 있겠어요? 그걸 봤는데…. 못 먹으니까 난 안 먹었고 그래서 키가 안 자란 거 같아요.”

그녀는 자신의 교육비를 한 달에 백만 원을 쓰고 있단다. 많이 들 땐 300만 원도 드는데, 연평균 1200만~1500만 원 가량이라고,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게 교육비,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문화비, 경조사비 순. 한 달 용돈은 1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배움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후회 없는 삶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돌이킬 때, 이런 삶을 살았다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되는 점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은 없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라 그러면 싫어요. 지금이 좋다기보다는 그렇게 살아올 자신이 없어요. 너무 힘들게 살아왔고, 그렇게 가난했고, 하지만 그래도 한 번도 부잣집 아이를 부러워했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내 공부하고 내가 하는 것들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는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3남2녀 자식들에게 얘기한다고 한다.

“‘차선만 다해라, 최선을 다하면 사람이 간다’라고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말이 돼버리는 거 같아요. 그보다 저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을 믿거든요. 그걸 위한 차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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