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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할배의 손주일기(4)] 가재는 게 편이다?

기사입력 2014-05-15 09:56

※한국손주돌봄(격대교육)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전영철님의 블로그 일기를 저희 '브라보 마이 라이프' 사이트 성격에 맞게 편집한 기사 입니다. '3대가 행복한 동행을 위한 조부모의 손주교육(격대교육) 일기장'이라는 블로그의 문패와 걸맞게 일기에서도 손주에 대한 사랑과 가족애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4년 05월 14일 / 글 : 전영철

오늘 아침 7시

손녀가 할아버지 방으로 왔다.

나는 책을 읽다가 얼른 덮고 손녀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함께 놀자고 한다.

아이에게 물었다.

"서현아, 엄마는 뭐해?"

"엄마는 아직 안 일어났어요"

"그래? 엄마는 잠꾸러인가보다"

그랬더니 아이가 아니라고 변명을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서현아, 엄마는 게으름뱅이인가 보구나. 아직도 안 일어나는 걸 보니"

이번에는 아이가 크게 화를 내며 발을 굴러댄다.

"할아버지, 그런말 하지 마세요. 엄마는 게으름뱅이라서 아직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어제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피곤하기 때문에 아직 잠을 자는 거란 말이에요."

이쯤해서 대화를 잠시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다음 행동에 자신이 없다.

"그렇구나, 엄마가 피곤해서 아직 일어나지 않았구나. 그러면 우리 엄마가 일어날때까지 같이 놀자."

그제서야 아이는 얼굴을 활짝펴면서 할아버지 품으로 다가왔다.

부모들은 보통 자식을 사랑하는데, 자기 온 몸을 바쳐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가끔씩은 그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사실은 아이들도 부모를 끔찍하게 사랑한다. 그들도 부모를 보호하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이제 겨우 여섯살 된 아이가 자기 엄마를 흉보는 할아버지에게 엄마를 대신해 변명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아이가 평소에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기와 잘 놀아주기 때문이라는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엄마를 위한 손녀의 변명이 귀여웠다.

모녀가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기에

할아버지는 속으로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와 함께 놀았다.

"가재는 게 편이다"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아침이다.

어버이 날이 1년에 하루인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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