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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영속의 꽃을 피우는 시간

입력 2026-05-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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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조성권 미래설계연구원장.
▲조성권 미래설계연구원장.


숫자 ‘5’는 흥미롭다. 위는 각지고 곧고, 아래는 반원형으로 둥글게 휘어졌다. 곧은 절개로 품격을 지키되, 세상의 모든 것을 품어내는 노년의 이상적인 모습과 닮았다. 만물이 생동하는 5월, 시니어들은 숫자 5처럼 단단한 자아의 원칙 위에 포용력을 얹어 비로소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뿌리내린다.

모진 겨울바람을 견딘 후 대지를 뚫고 올라온 새순이 5월의 태양 아래 짙푸른 잎을 펴낼 수 있는 이유는 흙을 움켜쥔 뿌리 덕분이다. 시니어의 삶 또한 이와 같다. 청춘의 격동과 중년의 치열함을 거쳐 맞이한 지금의 평온은, 그간 우리가 삶이라는 대지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서 온전하게 서 있는가?” 이 질문의 답은 대단한 성취에 있지 않다. 굴곡진 세월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관과 인내로 일궈온 일상, 그 자체가 바로 ‘온전한 뿌리내림’의 증거다.

‘가정의 달’을 맞는다. 시니어가 내린 뿌리는 고립되지 않는다. 그 뿌리는 가족이라는 토양 속에서 자녀와 연결되고,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된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은 단순히 개인의 역사가 아니라, 한 가문의 정신적 지표가 되어 아래로 흐른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지나며 느끼는 감사는 단순히 ‘대접받음’의 즐거움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뿌린 사랑과 헌신이 헛되지 않았음을, 나의 삶이 타인의 생명 속에 아름답게 전이됐음을 확인하는 안도감이다. 내가 내린 뿌리가 튼튼했기에 가족이라는 나무가 무성한 잎을 틔울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삶은 비로소 완성된 의미를 얻는다.

이 깊은 확인의 끝에서 우리는 가장 경이로운 존재를 마주한다. 바로 ‘손주’다. 손주는 ‘손자와 손녀를 동시에 이르는 말’이다. ‘손주’는 원래 ‘손자(孫子)의 비표준어’였으나,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이 표준어로 인정했다. ‘이을 손(孫)’자는 실을 잇는다는 의미의 ‘계(系)’와 아들 ‘자(子)’가 합쳐진 글자다. 자손이 줄을 잇듯 끊임없이 계속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손주는 단순한 어린 생명이 아니라 내 생명선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영속의 끈’이다. 손주는 내 삶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로 뻗어나가는 통로다. 내가 이 땅에 내린 뿌리는 손주라는 새싹을 통해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결국 시니어의 5월이란 “나는 충분히 잘 살아왔으며, 나의 생명은 다음 세대를 통해 영원히 흐를 것”이라는 확신을 얻는 달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이 계절, 숫자 5가 보여주는 품격과 포용의 미덕을 품고 거울 속의 주름진 미소 뒤에 숨은 단단한 뿌리를 긍정해보라. 우리의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고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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