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소득기반 무너져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2025년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 유효 데이터 1192건을 분석해 발표한 ‘2025년 개인 파산면책 지원 실태’에 따르면 노년층의 파산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36.5%(435명)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5.1%(299명), 70대 이상이 21.5%(256명) 순이었다. 전체 신청자의 83.1%가 50대 이상으로, 중장년 이후 소득 기반이 무너질 경우 곧바로 파산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경제활동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에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생활 여건 역시 취약했다. 신청자의 86.2%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최근 3년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2023년 83.5%, 2024년 83.9%, 2025년 86.2%로 꾸준히 높아졌다. 금융 취약계층이 파산 단계까지 밀려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구 형태에서도 고립된 노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전체 신청자의 70.4%가 1인 가구로 나타났다. 이 역시 3년 연속 증가세다. 2023년 63.5%, 2024년 68.4%, 2025년 70.4%로 매년 비중이 확대됐다. 가족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혼자 빚을 떠안고 버티다가 결국 파산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일자리 상황도 심각했다. 파산 신청자의 84.6%는 무직 상태였으며,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무직 비율이 88.2%까지 올라갔다.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가 일용직이나 단기 근로에 머물러 있었다. 안정적인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작은 경제적 충격만 와도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채무가 발생한 이유 역시 대부분 생계 문제였다. 채무 원인 가운데 ‘생활비 부족’이 79.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주거비와 의료비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병원비나 임대료가 겹치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채무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채무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계기를 보면 ‘원리금이 소득을 초과’한 경우가 89.8%로 압도적이었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다가 결국 파산 절차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질병과 입원’이 결정적 계기가 된 사례는 30.2%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3년 24.3%보다 5.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고령층에게 의료비가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한 번 파산을 겪은 뒤 다시 파산 절차를 밟는 ‘재파산’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전체 신청자 중 재파산자는 126명으로 10.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69%에 해당하는 87명이 60대 이상이었다. 고령층은 한 번 경제적으로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채무 규모도 적지 않았다. 신청자의 평균 총 채무액은 2억87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은 평균 채무액이 3억9400만 원으로 더 높았다. 장기간 상환하지 못한 채 이자가 쌓이면서 채무 규모가 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개인의 실패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노후 빈곤, 의료비 부담, 일자리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은정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센터는 서울시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상담과 복지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금융 피해를 겪은 어르신들이 신속하게 회복하고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금융 안전망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노인 파산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득이 끊긴 뒤에도 이어지는 주거비와 의료비 부담, 그리고 취약한 사회 안전망이 노년의 빚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파산 이후의 회복뿐 아니라, 파산에 이르지 않도록 막는 예방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