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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맺은 사이, 며느리·사위와 친해지기

입력 2025-10-03 07:00

[가족을 말하다 관계를 잇다] 어색함 덜고 말랑함 채우는 비법

▲GPT 생성 이미지
▲GPT 생성 이미지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인어른과 사위의 관계는 결혼을 통해 법적으로 맺어지는 관계다. 그러니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사이다. 며느리는 시부모 앞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사위는 장인·장모 앞에서 긴장된 자세를 유지하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사례에서 보듯 서로를 친구이자 동반자로 받아들이며 편안한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여전히 불편하다면 이제는 바꿔볼 때다. 작은 존중과 대화의 시도로 가족은 의무적인 관계를 넘어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가족관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부·장서 관계가 ‘예절과 긴장’의 언어로 유지됐다면, 이제는 ‘존중과 소통’이 새로운 규범이 되고 있다. 핵가족화와 성평등 의식 확산,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 존중, 부모 세대의 노후 인식 변화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본지 8월호에 소개한 윤여준 작가는 시어머니와의 교환 일기를 통해 고부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단순한 애정 이상의 대화가 오가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게 됐고, 이는 곧 친구 같은 관계로 발전했다. 장인과 사위 관계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제 필요한 것은 중장년 세대의 작은 실천이다. 사생활을 존중하고, 응원의 언어를 건네며, 자녀 부부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관계의 온도는 달라진다. 더 이상 ‘손님’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가족, 함께하는 동반자

▲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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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시부모·장인·장모와 며느리·사위의 관계는 권위와 예의가 중심이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 앞에서 늘 경직됐고, 사위는 장인 앞에서 술자리를 통해 검증받곤 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은 환대라기보다 거리감을 의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부·장서 관계가 달라졌다. 존중과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위를 ‘아들 하나 더 생긴 존재’로, 며느리를 ‘친구 같은 딸’로 맞이하는 경우가 늘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자녀 부부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60대 이상 응답자가 65%에 달했으며, 이는 10년 전보다 1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사회문화적 변화와 더불어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와 존중이 점차 강화되면서 ‘가족’이라는 개념이 과거 권위와 거리 중심에서 ‘함께하는 동반자’로 재정립되고 있다.


간섭은 줄고 응원은 커졌다

(주민욱 프리랜서)
(주민욱 프리랜서)

이러한 변화에는 사회구조와 가치관의 전환이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핵가족화가 대표적이다. 여러 세대가 한집에 모여 사는 경우가 줄면서, 간섭보다 존중과 거리두기가 가족 간 새로운 에티켓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디지털 시대의 의식 변화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며느리나 사위의 SNS 활동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고, 보더라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을 매너로 여긴다. 그뿐 아니라 성평등 인식의 확산도 중요한 요인이다. 가사와 육아를 특정 성별에만 맡기는 시대는 지났고, 부부가 동등한 주체로 존중받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노후 인식의 변화 역시 관계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 세대가 자녀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내 삶을 즐기겠다’는 태도가 강해지면서 간섭 대신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교환 일기로 전하는 진심

▲본지 8월호에 소개한 윤여준 작가는 시어머니와의 교환 일기를 통해 고부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주민욱 프리랜서)
▲본지 8월호에 소개한 윤여준 작가는 시어머니와의 교환 일기를 통해 고부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주민욱 프리랜서)

윤여준 작가는 시어머니와 교환 일기를 쓰며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애정 표현에 머물렀던 고부 사이였지만, 이제는 일기를 통해 서로의 삶과 감정을 이해하는 ‘친구 같은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그는 “시어머니가 ‘냉장고에 반찬이 많으니 음식을 가져오지 말라’고 했을 때, 예전 같으면 형식적인 말로 여기고 그냥 음식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진심임을 알고 존중하게 됐다. 반대로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기호를 기억해 육개장에서 무를 빼는 배려를 보였다고 귀여운 생색을 내기도 했다. 이런 작은 행동에서 두 사람은 웃음을 나누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시어머니와 집 밖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고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집에선 밥상 차리고 뒷정리 하느라 정신도 없잖아요. 집이 아닌 외부 공간에서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하며 이야기하다 보면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밖에서 더 자주 만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일상에서 작은 진심이 어떻게 관계를 바꾸는지 보여준다. 무심한 한마디가 아니라 ‘진짜 마음’으로 받아들여질 때, 갈등은 줄고 공감은 깊어진다.


취미와 대화로 좁혀지는 거리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고부 관계뿐 아니라 장서 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는 배우자 부모와의 관계 만족도가 40%로 나타났고, 한국리서치에서 발표한 ‘2024년 가족인식조사’ 결과 기혼 남성 중 49%가 장인·장모와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장인이 사위를 말벗이자 인생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라는 김관석(47) 씨는 장인과 낚시를 함께한 경험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처음엔 부담스러웠죠. 그런데 장인어른이 제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시더라고요. 회사 일,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색함이 사라졌습니다. 그날 이후 장인어른은 부담스러운 어른이 아니라 인생을 나누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됐죠.”

작은 취미 활동이 사위와 장인의 거리를 좁히고, 말벗이자 동반자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사위와 장인·장모가 소통 방식을 조율하며 오해를 풀어낸 경험도 있다. 박태준(44) 씨는 장인과의 연락 방식 때문에 한동안 갈등을 겪었다고 고백하면서 “장인어른은 일단 전화부터 하신다. 아무래도 전화가 편하니까 그렇다는 걸 알지만 회사에서 전화받기 어려울 때가 많다. 전화를 받지 않으니 일부러 피한다고 생각하셔서 갈등이 있었다. 급하거나 중요한 일은 전화로, 간단한 안부는 메시지를 드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작은 조율이었지만 불필요한 오해가 줄었고, 서로 더 편안해졌다”고 전했다.

며느리인 윤여준 작가가 시어머니와 친구처럼 지내듯, 때로는 딸보다 사위와 더 잘 지내는 장인의 모습은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다.


아직도 불편하다면, 지금이 기회

▲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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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 역시 어렵지 않다. 우선 시부모·장인·장모의 입장에서는 사생활 존중이 기본이다. 예고 없는 방문이나 자녀 부부의 자녀 계획, 가정경제에 대한 개입은 불필요한 갈등을 낳는다. 작은 배려가 관계의 온도를 바꾼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락 방식에서도 세대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한쪽의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번갈아 맞춰가는 노력이 바람직하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응원의 언어를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애는 누가 보니? 일 좀 줄여라”라는 말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네가 즐겁다니 다행이다”와 같은 긍정적인 표현이 관계를 훨씬 부드럽게 만든다.

며느리와 사위 역시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존중의 언어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 속에서 “아버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머님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같은 표현을 사용하면 상대방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인에게는 등산·낚시 같은 취미 이야기를, 시어머니에게는 요리나 건강 같은 생활 주제를 꺼내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 또한 말문을 여는 열쇠다. 여기에 감사의 표현을 더하면 효과는 배가된다. 소소한 근황을 나누는 것도 관계를 가족답게 만드는 비결이다. 회사 일이나 일상의 작은 고민을 나누면 사위는 ‘손님’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된다.

지금은 고부·장서 관계가 권위와 예절로만 유지되는 시대가 아니다. 존중·솔직함·응원이 새로운 핵심이다. 부모 세대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면 며느리와 사위도 마음을 열고, 가족은 ‘의무적 관계’에서 ‘함께 웃는 동반자’로 발전할 수 있다. 자녀 입장에서도 부모님은 나를 평가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생을 함께 나누는 선배 세대로 바라본다면, 관계는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8월호 윤여준 작가 인터뷰 더보기
▲브라보 마이 라이프 8월호 윤여준 작가 인터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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