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은퇴생활] 국민건강보험료에 금융소득의 합산 유의해야
얼마 전 주 씨는 은퇴 후 필요 노후자금을 계산해보았다. 주 씨는 원하는 노후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준비된 자금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좀 더 적극적인 자산 운용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투자처를 알아보던 주 씨는 금융자산 관련 세금 체계가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고 세금 설계를 고려한 자산 운용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상담을 신청해왔다.
예금과 적금 예금과 적금으로 이자소득이 발생하면 이자소득세가 부과된다. 저축성 보험의 보험차익, RP(환매조건부 채권)의 매매차익, 채권의 이자와 할인액 등도 이자소득에 해당한다. 이자소득은 배당소득과 합하여 ‘금융소득’이라고 한다. 연간 원천징수(세율 15.4%)되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합계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다른 종합소득(근로소득, 사업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과 합산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채권과 주식 투자형 상품은 상품의 종류와 거래 행태에 따라 과세 체계가 다른데, 개별 채권과 주식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국내에서 채권과 주식에 투자했을 때 과세 체계는 다음과 같다. 채권 투자에서 발생한 이자와 할인액은 이자소득에 해당하고, 채권의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주식 투자에서 발생한 배당금은 배당소득세가 과세되고,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대주주는 양도소득세가 과세되고 소액주주는 비과세다. 개별 종목이 아닌 펀드는 수익에 대한 과세 방식이 다르다. 채권형 펀드 내에서 발생한 채권의 이자와 할인액, 그리고 채권 매매차익은 모두 배당소득으로 본다. 주식형 펀드 내에서 발생한 주식의 매매차익은 비과세이고, 배당은 배당소득세가 과세된다.
다음은 해외 채권과 해외 주식에 투자했을 때 과세 체계를 알아보자. 개별 종목의 해외 투자는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첫째 국내 금융사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해외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고, 둘째 직접 해외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국내 금융사의 계좌를 통해 해외 채권에 투자하여 발생한 이자소득은 이자소득세 과세 대상이며, 우선 15.4%로 원천징수한 다음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하여 연간 2000만 원 초과하면 종합과세한다. 해외에 계좌를 만들어서 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하여 발생한 이자소득은 무조건 종합과세 대상이다. 해외 채권 투자로 인한 매매차익과 환차익은 과세하지 않는다.
해외 주식을 국내 금융사 계좌를 통해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배당소득과 환차익은 배당소득세 과세 대상이며, 15.4%로 원천징수 후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하여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과세한다. 해외 주식 직접 투자로 인한 배당소득은 무조건 종합과세 대상이다. 해외 주식의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 세율 22%)를 과세한다. 참고로 2020년 1월 1일 이후부터 해외 주식과 국내 주식의 양도차손익을 통산하여 과세한다.
해외 펀드 해외 채권과 해외 주식을 펀드를 통해 투자할 수도 있다. 해외 펀드 투자는 주식과 채권의 매매차익, 이자 및 배당수입, 환차손익 등 모든 손익을 통산한 후 배당소득세를 과세한다. 다만 2017년 12월 31일까지 판매한 ‘해외 주식 투자전용 집합투자기구’에 가입한 경우에는 가입 금액 3000만 원 한도로 저축 기간 10년 이내에 발생한 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한다.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 최근에는 일반 펀드보다 비용과 거래의 편의성 면에서 우위에 있는 ETF를 통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ETF는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특징과 투자자가 직접 매매할 수 있는 주식의 장점이 결합된 상품이다. 과세 체계도 그와 같다. ETF 투자도 다른 투자처럼 국내 금융사에 계좌를 개설하여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를 하거나, 해외에 상장되어 있는 ETF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다. 다만 일반 펀드와의 차이점은 국내에 상장된 ETF는 국내 주식으로 구성된 ETF와 그 외의 ETF(국내 채권, 원자재, 해외 주식, 레버리지, 인버스)로 구분해서 과세한다는 것이다. ETF를 통해 발생하는 소득은 매매차익과 배당에 해당하는 분배금이 있다. ETF 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는 국내 주식에 대한 과세 체계와 유사하다. 해외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하여 발생한 분배금, 즉 배당소득은 금액에 상관없이 무조건 종합과세다. ETF 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세제적격형 연금계좌
세제적격형 연금계좌에 연간 1800만 원까지 불입하면 연간 900만 원을 한도로 개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연말정산 혹은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13.2%, 16.5%)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을 55세 이후 연금 수령 한도 내에서 인출하면 저율의 연금소득세(3.3~5.5%)가 과세되고, 연금 외 인출하면 16.5%의 기타소득세가 과세된다.
금융소득과 국민건강보험료의 관계
현재 이자 및 배당소득의 합계, 즉 금융소득이 연간 1000만 원 이하이면 국민건강보험료 산출 기초가 되는 소득에 반영되지 않지만, 연간 1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 전액이 국민건강보험료 산출의 기초가 되는 소득에 합산된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료에 금융소득이 합산되는 것을 피하려면 이자 및 배당소득을 연간 1000만 원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자 및 배당소득을 줄이려면 금융소득에 대해 비과세되는 금융상품이나 금융소득이 아닌 다른 소득, 즉 양도소득이나 연금소득으로 과세되는 금융상품을 활용해야 한다.
ISA와 연금계좌의 활용
해외 상장된 주식이나 ETF에 직접 투자로 인한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이 과세되지만 배당이나 분배금은 무조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ISA 혹은 연금계좌(IRP 및 연금저축계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ISA는 신탁형, 일임형, 중개형 세 가지 유형으로 되어 있고, 전 금융회사를 통틀어 1인 1계좌만 가입할 수 있다. 납입 한도는 연간 2000만 원이고, 최대 5년간 1억 원을 납입할 수 있다. ISA에 가입하면 계좌 내에 있는 금리형 상품과 ETF 같은 상품에 분산하여 투자할 수 있다. 의무납입 기간인 3년이 지나면 ISA 계좌 내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의 합계액 200만 원(서민형의 경우에는 4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 한도 금액을 초과한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9.9%로 분리과세한다.
다만 ETF는 국내에 상장된 ETF를 통해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가입 기간 3년이 지난 ISA에서 인출한 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체하면 이체하는 금액의 10%를 300만 원 한도 내에서 추가 세액공제를 해준다. IRP와 연금저축 그리고 ISA를 모두 활용하면 그해에는 세액공제 한도가 연간 1200만 원이 된다.
세제적격형 연금계좌에 가입하여 연간 1500만 원까지 연금 수령 한도 내의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저율의 연금소득세가 과세된다. 현재까지 사적연금에서 발생한 연금소득은 국민건강보험료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리고 연금계좌에 납입하는 금액 중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금액은 인출 시 연금 수령 한도와 상관없이 비과세된다. 따라서 세액공제 한도인 연간 900만 원에 구애받지 않고 연간 1800만 원까지 납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금융자산 운용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