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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순간에 '쾅'… 머릿속 숨은 지뢰, 트리거

기사입력 2022-12-05 08:26

트리거로 인한 트라우마 발생, 떨치기 어렵다면 도움 청해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조문을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투데이DB)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조문을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투데이DB)

올해 10월, 대국민의 애도로 번진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다수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사건과 이별의 기억은 쉽게 잊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한 사건이나 경험으로 트라우마(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기도 한다. 트라우마는 ‘트리거’에 의한 것이고,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트리거에 눌렸다’고 표현한다.


방아쇠의 역할이 파도가 되다

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가 한때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 드라마에는 자살, 중독성 물질 남용, 성폭력 등의 장면이 나온다. 미국 전국어린이병원(NCH) 자살연구가 제프 브리지 박사는 해당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고 발표했다. 첫 번째 시리즈가 방영된 2017년에는 한 달간 190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자살 장면은 삭제됐다. 일찍이 생을 마감한 청소년들은 부정적인 감정인 트라우마가 먼저 일어났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트라우마의 촉발제가 바로 ‘트리거’다. 트리거는 개인이 겪는 한 사건의 충격에 따라 생기고, 정신적 트라우마와 함께 붙어 다닌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사냥개에 물렸다고 치자. 이후에 지나가는 강아지가 짖는 것만 봐도 두려움에 떨게 된다. 사냥개에 물렸던 기억이 재생되면서 트라우마가 형성되는데, 강아지가 짖는 것이 A에게 트리거 역할을 한 셈이다.

트라우마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작품의 경우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을 표기해야 한다. 트리거 워닝은 해당 콘텐츠가 불건전한 소재를 담고 있어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문이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도 이슈가 생기자, 뒤늦게 오프닝에 ‘트리거 워닝’ 문구를 삽입했다. 트리거 워닝은 갑각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음을 표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개인에 따라 해당 문구를 보고 시청을 중단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적 경험도 심각한 트라우마 일으켜

전쟁, 자연재해 등의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건을 통해서도 트라우마가 일어나기 쉽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개인이 갑작스러운 사고나 재난을 경험하면 불면증, 피로감 등의 신체적 반응이 나타나고 심리적으로는 불안, 공포, 죄책감 등이 나타난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인한 트리거가 개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중 하나로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한다고 말했다.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현장을 담아낸 영상을 본 것만으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한 사람이 많았다. 화면 속에 너무나 생생했던 현장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한 것이다. 트라우마는 한 번 머릿속에 틀어박히면 떨쳐내기 어렵다. 만약 안 좋은 기억이 자신을 괴롭히고 일상을 방해한다면 반드시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예기치 못한 재난과 사고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치료 프로그램, 정신건강 교육 등을 진행한다.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더욱 상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긍정적 의미의 트리거

트리거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 세계 최고의 리더십 전문가라고 불리는 마셜 골드스미스는 ‘트리거’(Triggers)를 집필했다. 책의 주제는 트리거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심리적 자극을 트리거라고 본다. 목표를 이루고 변화하고 싶은 이들에게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골드스미스는 하루 질문 22가지를 만들어 자신이 최선을 다했는지 숫자로 1부터 10까지 점수를 매긴다. 그러고 나서 각 22가지 질문마다 일주일 평균 점수를 낸다고 한다. 이 책의 많은 독자가 일의 효율성과 자신의 행동 점검에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한국임상심리학회가 제안하는 트라우마 회복 지침(그래픽=이은숙)
▲한국임상심리학회가 제안하는 트라우마 회복 지침(그래픽=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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