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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한달살기 꿈꾼다면 이곳을 ‘주목’

기사입력 2022-07-29 09:09

일상과 여행이 함께하는 제주에서 한 달

큰맘 먹고 시작한 한달살기. 정해진 시간에 정신없이 유명한 장소를 훑는 관광이 아닌, 느리고 여유로운 휴식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 부지런히 살아온 이들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하루를 빈둥빈둥 보내는 게 영 익숙하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제주 생활이 즐겁고 만족스러울까? 급할 건 없다. 우리에게는 30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까!

한달살기는 단순한 여행과는 차이가 있다. 보통 한달살기를 앞둔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한 달 동안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기를 원한다. 동네 산책을 하다 말을 트게 된 아주머니에게 사는 이야기를 듣거나, 비를 피하려 우연히 들어간 작은 카페에서 메뉴에 없는 음료를 대접받는 등의 상황 말이다.

그러나 막상 제주 땅에 발을 딛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육지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 할 수 없는 일을 깨알같이 모두 즐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을 참고해 각종 정보를 샅샅이 뒤지게 되고, 고민과 갈등의 연속에 하루하루가 숙제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이상과는 다른 제주살이에 문득 조바심이 날 수도 있다. 한달살기가 아니라 그저 한 달간의 패키지 여행이 되는 셈이다. 한달살기에 대한 보상 심리를 바라기보다, ‘여행 테마’를 설정하고 제주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마음의 자유 선물하는 ‘책방 투어’

전자기기와 영상매체가 발달한 후로는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도 버거운 사람들이 늘었다. 독서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달살기를 명목으로 멀리했던 책을 다시 가까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주에는 소규모 독립 서점, 독특한 색깔을 가진 서점이 많다. 제주만의 지역 감성과 책방지기의 취향이 버무려져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책방 특유의 기분 좋은 종이 냄새와 책장 넘기는 소리가 주는 아늑함은 덤이다.

(문혜진 기자)
(문혜진 기자)

바라나시 책골목_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횟집 거리 사이, 빈티지한 간판이 눈에 띈다. 내부로 들어서면 이국적인 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인도 서적과 세계문학 및 인문학 책이 즐비하다. 이곳은 제주 속 인도, ‘바라나시 책골목’이다. 바라나시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있는 도시다. 갠지스강 중류에 있는 바라나강과 아시강을 합쳐 붙인 지명으로, ‘신성한 물을 차지한다’는 뜻이 있다. 생애 한 번은 가봐야 할 도시로 꼽히며, 일부 여행객은 인도 여행의 필수 코스로 소개하기도 한다. 제주 바라나시 책골목은 한국에서 인도의 정취를 느끼기 충분한 장소다. 책방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인도식 밀크티인 ‘차이’나 요구르트 ‘라씨’도 맛볼 수 있다.

(문혜진 기자)
(문혜진 기자)

만춘서점_야자수를 배경으로 한 아담한 흰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삼각형 구조의 내부로 매력을 더했다.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책들과 LP, 제주의 감성이 흐르는 소품이 가득하다. ‘만춘서점’ 책방지기는 출판·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했다. 그래서인지 육지 사람이 그리는 제주의 장면을 더욱 잘 옮겨놓은 듯하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1인용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마당에 놓인 의자에 앉아 쉬어 가기도 좋다.

(문혜진 기자)
(문혜진 기자)

소심한 책방_오름 다섯 개가 감싸고 있어 유독 고요한 제주의 동쪽 끝 마을, 종달리다. 좁은 골목 안쪽, 돌담 너머에 ‘소심한 책방’이 있다. 이곳은 각각 제주와 서울에 사는 두 사람이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모아 만든 공간이다. 소설, 에세이, 여행 등 단행본부터 독립 출판물, 제주 특산품, 문구까지 다채롭게 구비했다. 낮에는 햇살이 가득 들어와 책방에 온도를 더해주고, 밤에는 노란 불빛이 다정하게 채워진다. 때로 소소한 전시나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주변에 들를 곳이 많은 관광 지역이 아닌데도 굳이 찾아가게 되는 이유는 하나만 꼽기 어렵다.

(문혜진 기자)
(문혜진 기자)

책약방_‘책약방’은 초록 잎과 나무, 낮고 작은 집 사이에 위치한 아주 작은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사람 대신 책이 지키고, 마을이 지킨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 현관 옆에 걸린 작은 의자 위에는 운영자가 추천하는 ‘오늘의 그림책’이 놓여 있다. 비치된 그림 일기장과 100자짜리 작은 원고지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다. 릴레이처럼 이어진 글들을 읽다 보면, 책약방의 진짜 ‘약’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된다.

걸어서 제주 한 바퀴

올레길은 제주도의 마을길, 해안도로, 숲속 오솔길 등 걷기 좋은 길들을 선정해 개발한 코스다.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등학교~광치기해변, 총 15km)가 개발된 이래, 2012년 11월 제주해녀박물관~종달바당을 잇는 21코스가 개장하면서 올레길 코스는 제주도를 한 바퀴 빙 두르게 됐다. 현재는 제주도 내에 총 23개 코스가 있으며 우도, 가파도, 최근 확장된 추자도 코스를 포함하면 총 27개다. 각 코스는 길이가 대체로 15km€이내이며, 평균 소요 시간은 5~6시간 정도다.

제주도 올레길을 한 코스씩 돌다 보면 도내의 모든 코스를 돌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코스도 있어 차를 갖고 있지 않다면 동선과 숙소 계획을 맞춰 짜야 한다. 식사도 매번 사 먹을 수 없으니 간단하게 준비한다. 또한 올레길은 리본을 매달아 길을 안내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혼자 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통상 날이 저무는 시간인 오후 6시 이후로는 드문드문 표시한 리본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길을 잃기 쉽다.

(문혜진 기자)
(문혜진 기자)

이런 사소한 단점을 보강한 ‘알파캠프’는 트레킹과 관련해 가이드, 교통, 식사, 숙소, 세탁 서비스 등을 모두 제공한다. 더불어 관광객이 한 달 동안 제주의 모든 올레길과 새로 생긴 하영올레길까지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의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토끼반과 거북이반 중 하나를 골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체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보통 중장년층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68세 이선이 씨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그 대신 올레길을 걸어볼 생각으로 알파캠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레길 코스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숙소 예약도 번거로워 고민하던 차였다. 이 씨는 “차로 여행할 때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가까이 보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리고 길을 걷다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제주는 그저 우리나라의 섬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정겨운 기분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알파캠프에는 제주 올레길 코스를 완주하는 ‘제주올레캠프’ 프로그램 외에도 오름이나 한라산, 4대 휴양림, 숲길 등을 다양하게 걷는 ‘제주여행캠프’, 다이어트 식단을 제공하는 ‘다이어트 캠프’, 오름 전문 캠프인 ‘제주계절캠프’ 등이 있다.

▲레길을 걷고 있는 알파캠프 참가자들(문혜진 기자)
▲레길을 걷고 있는 알파캠프 참가자들(문혜진 기자)

의미 있게, 친환경 한달살기

‘제주도’ 하면 많은 이들이 청정 자연을 떠올린다. 그러나 막상 해변에는 폐그물, 밧줄, 스티로폼, 플라스틱, 페트병, 장대 등 폐어구와 나무토막이 가득하다. 게다가 언제 번식했는지 모를 파래가 수면에 떠 있거나 바위나 모래사장에 널려 있어 볼썽사납다.

제주도는 수용력을 넘어서는 관광객의 유입으로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도는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을 전국 평균의 2배 이상, 관광객이 버리는 생활폐기물은 전체 발생량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관광객은 제주를 지키기 위해 ‘쓰레기 없는 제주’를 여행 혹은 한달살기 테마로 설정한다. 제주에 있는 동안 최대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플로깅을 하는 식이다. 플로깅은 간단한 산책이나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혼자서 가고 싶은 장소를 지정해 환경 정화를 하거나, 제주 내 여러 봉사단체에서 진행하는 캠페인과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나에게 맞는 여행 테마는?

후회 없을 제주도 한달살기를 위해서는 장소 위주로 계획을 짜기보다 나만의 큰 주제나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우선 ‘왜 제주도에 가려고 하는지’를 고민해보자.

1 건강하게 한달살기 ‘하루 한 군데 오름 오르기’, ‘서핑·승마·스쿠버다이빙 등 레포츠 한 종목 배우기’, ‘한 달간 인스턴트식품 끊기’ 등으로 몸을 상쾌하게 만들 수 있다.

2 휴식하며 한달살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다면 ‘매일 한 시간씩 바닷가에서 멍때리기’, ‘동네 반경 5km 안에서 생활해보기’, ‘7시간 이상 수면하기’ 등의 방법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3 습관 개선 한달살기 한 달 동안 ‘전자기기 없이 살기’, ‘부정적인 말 하지 않기’,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기’ 등을 시도해 나를 괴롭히는 습관을 개선해보는 건 어떨까.

1 바라나시 책골목 2 만춘서점 3 소심한 책방 4 책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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