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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나의 주식투자 이야기

기사입력 2020-07-16 09:27

주식투자 한 번쯤 안 해본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한때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식투자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주식이 올라 용돈이 생기면 저녁에 술도 한잔 사고 호기도 부렸다. 증권회사 직원들이 인기도 좋아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히기도 했다. 객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했다. 시세판이 붉게 타오르면 평소에 주식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객장을 찾게 되고 분위기에 휩쓸리곤 했다. 그래서 주식 격언에 “아기 업은 엄마들이 보이면 객장을 떠나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미 과열되어 오를 만큼 오른 상태라는 주의경보였다.

시대가 바뀌어 지금은 증권회사 객장도 없어졌다. 정보통신기기의 발달로 컴퓨터나 핸드폰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주식을 사고팔 수 있어서다. 시뻘겋게 타오르던 전광판도 새파랗게 질리던 전광판도, 그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던 투자자의 탄성과 탄식의 모습도 볼 수 없다. 개인의 손안으로 옮겨져 각자 매진할 뿐 예전의 왁자지껄하던 객장의 모습은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다. 객장은 특히 은퇴자들의 쉼터요, 놀이터이기도 했다.

나도 한때 주식으로 희비를 맛본 경험이 있다. 주식투자 바람이 한참 불었을 때의 이야기다. 대출이자가 저렴해 주식이 오르면 그 이자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용돈도 벌고 가족들 맛있는 음식도 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컸다. 대출받았던 돈을 갚아야 할 때 잠시 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했다.

주식 공부를 한 것도 아니어서, 매스컴이나 증권회사 직원의 추천을 받아 투자했다. 산 주식이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반복했다. 오른 날은 세상 다 가진 기분이었다가 내린 날은 다운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거다 싶어 선투자한 것이 화를 키웠다. 소 떼를 몰고 H회사 회장이 노구에 삼팔선을 넘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였다. 이때다 싶었다. H건설이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거의 몰아넣었다. 결과는 참패였다. 그 후 H건설은 감자가 결정되어 투자 금액이 반토막 나버렸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주식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여건도 안 되어 전문가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당시 두 경제신문 하단을 장식하는 투자 전문가에게 적지 않은 수수료를 주고 회원가입을 했다. 주는 정보를 따라 사라면 사고, 팔라면 팔았다. 전문가의 정보이니 최소한 손해는 안 보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또 실패였다. 1년여를 버텨도 주식은 떨어져 계속 손실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도 맡겨봤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락장에서는 전문가도 별수 없었다. 오죽하면 원숭이에게 원반을 돌려 찍게 한 종목과 전문가 추천 종목의 결과에서 원숭이가 찍은 종목이 더 많은 수익을 냈다고 하지 않는가? 결국 회원탈퇴를 했다.

그 후 포기 상태로 종목을 바꿔 보유하고 있었다. 이미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서 빠져나오면 만회할 길이 없어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를 몇 년째, 갑자기 객장이 붐비기 시작했고 시세판도 다시 붉게 타올랐다. 본격적인 상승장이 시작되었다. 세계 경기도 호황이었고 우리나라 사정도 덩달아 좋아졌다. 1년 안 되어 손해를 만회하고도 많은 수익이 났다. 그때 사건이 발생했다. 내 주식을 관리해주던 증권회사 담당 직원이 급한 일이 있다고 돈 일부를 빌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통장에 돈이 뻔히 있으니 없다고 할 수도 없고 빌려주고 몇 달 만에 돌려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또 부탁을 했다. 돈 많은 사람이 많았을 텐데 왜 하필 나에게 자꾸 빌려달라 하는지 기분이 좀 언짢았다. 안 되겠다 싶어 며칠 뒤 급하게 돈이 쓸 데가 있다며 손실이 있는 종목까지 몽땅 팔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완전히 정리한 뒤 주식시장을 나왔다. 그러고는 다시는 주식시장에 가지 않았다.

주식 격언이 생각난다. “마지막에 남는 돈이 내 돈이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달려들었다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힘들었다. 큰 교훈이었다. 그때 나오지 않았으면 손실을 만회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우량주였던 S증권 주식은 아직도 당시의 반값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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