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속 고령층 최대 유권자 집단 부상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초고령사회가 가져온 유권자 지형 변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총선에서는 처음으로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30대 이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이 최대 유권자 집단으로 부상하면서 정치권과 정책의 관심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고령화·지역소멸과 정치적 대표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은 31.43%로 30대 이하 유권자 비중(31.12%)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고령층의 높은 투표 참여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22대 총선에서 70대 투표율은 84.7%로 가장 높았고, 60대는 80.5%를 기록했다. 반면 20대 투표율은 52.4%, 30대는 55.5%에 그쳤다. 인구 비중 증가와 높은 투표율이 맞물리면서 고령층의 정치적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실버 민주주의(Silver Democracy)’의 등장으로 설명한다. 고령층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정치권이 노년층의 정책 수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역시 고령화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제22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50대는 150명, 60대는 100명으로 전체의 83.3%를 차지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6.3세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반면 20대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었으며 30대 의원도 14명에 그쳤다.
보고서는 고령화가 단순히 세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지방소멸과 지역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역의 정치적 대표성도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 인구 비중은 이미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고, 청년층의 수도권 이동은 지방의 고령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청년 유출과 지역 고령화, 정치적 영향력 약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현석 연구위원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대표성 강화와 청년 정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지역 대표성 제도, 독일과 덴마크의 청년 정치 참여 사례 등을 소개하며 미래 세대와 지역의 목소리를 정치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고령화와 지방소멸을 별개의 현상이 아닌 하나의 인구구조 변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층 유권자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미래세대와 지역의 목소리를 함께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대표성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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