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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 문 열었지만…농촌은 거리·인력·예산 장벽

입력 2026-07-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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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과 마을 잇고 지자체 경계 넘는 ‘농촌형 돌봄체계’ 구축해야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지역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통합돌봄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 약 4개월이 됐다. 그러나 의료·복지기관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만으로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시와 다른 이동 여건과 생활 수요를 반영한 ‘농촌형 통합돌봄 체계’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2일 한국농촌경제원의 ‘농촌형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에서는 읍·면과 마을을 연결하는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이동·장보기·집수리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재정 지원과 전문인력 확보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정부는 올해 3월 27일부터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을 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노쇠와 장애,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통합돌봄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신청을 받은 뒤 대상자의 상태를 조사하고, 시·군·구가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재택의료, 노인맞춤돌봄, 주거 지원 등의 서비스를 대상자에게 연계한다.

정부는 2026~2027년을 제도의 틀을 마련하는 ‘도입기’로 설정했다. 2028~2029년에는 대상자와 서비스를 확대하고 2030년 이후에는 노쇠 예방부터 임종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연구진은 현재의 통합돌봄 체계가 농촌의 서비스 공급 구조와 생활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합돌봄은 지역 안에 연계할 서비스와 기관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농촌은 의료·복지·돌봄기관 자체가 부족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농촌은 낮은 인구밀도와 장거리 이동, 열악한 대중교통 여건까지 겹쳐 있다. 같은 시·군 안에서도 읍 소재지와 외곽 면 지역 사이의 서비스 접근성 차이가 크다. 고령자가 읍 소재지까지 이동해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이용하는 것부터 어려운 지역도 적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의 돌봄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농촌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30.4%로 도시의 19.3%를 크게 웃돌았다. 돌봄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80세 이상 후기 고령인구 비율도 농촌은 8.4%로 도시 4.2%의 두 배였다.

기존의 돌봄 공백도 제도 안착의 부담 요인이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농촌 노인은 전체의 18.4%였다. 이들 가운데 공공이나 민간 등 어떠한 경로로도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비율은 47.2%에 달했다.

연구진은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지소, 마을회관 등 주민에게 익숙한 공간을 돌봄 거점으로 활용하고 이장과 부녀회장 등 주민 대표가 대상자 발굴과 지원계획 수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언했다. 이어 행정구역을 넘는 서비스 연계도 과제로 제시했다.

농촌에서는 필요한 의료·복지시설이 인접 시·군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통합돌봄은 기초지자체 중심으로 운영돼 다른 지역의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접 지자체 간 협력과 광역 단위로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농어촌과 도서, 벽지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취약지 공모사업’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도가 지역의 여건과 수요를 고려해 3~5개 서비스를 하나의 묶음으로 구성해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비스 공급기관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시·도 사회서비스원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도 공급자로 참여한다.

다만 공모사업이 서비스 수를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농촌 주민의 이동 여건과 실제 생활 동선을 고려해 찾아가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행정구역 밖의 기관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통합돌봄의 범위도 넓힐 필요가 있다. 농촌에서는 병원 이동부터 장보기, 세탁, 집수리, 쓰레기 처리까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돌봄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농촌 주민 생활돌봄공동체와 ‘가가호호 이동장터’ 등 기존 생활서비스를 통합돌봄과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정과 인력 확충도 과제다. 올해 통합돌봄 예산 914억 원 가운데 돌봄서비스 확충 예산은 620억 원으로 지자체당 평균 3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 지자체 전담인력 인건비 지원도 6개월분에 그쳐 사업의 지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구진은 농촌의 장거리 이동과 낮은 인구밀도를 고려해 재정을 차등 지원하고, 방문간호·재활 등 전문인력이 여러 지역을 순환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수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도시와 농촌의 여건 차이를 고려한 접근으로 주민의 지속적인 거주와 지역사회 유지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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