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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으로 일찍 은퇴한 미국인…노후 자신감도 낮았다

입력 2026-07-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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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은퇴신뢰도조사, 가족돌봄자 56% 조기은퇴…저소득 돌봄자 75% “노후생활비 자신 없어”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가족을 무급으로 돌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계획보다 일찍 은퇴한 비율이 높고, 저축과 건강, 노후 준비에 대한 자신감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부담이 현재의 일과 소득뿐 아니라 은퇴 이후의 생활까지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근로자급여연구소(EBRI)와 그린월드리서치가 22일 발표한 ‘돌봄자와 은퇴: 2026년 은퇴신뢰도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한 가족돌봄자 가운데 계획보다 일찍 은퇴했다고 답한 비율은 56%였다. 비돌봄자는 44%였다. 계획한 시기에 은퇴했다는 응답은 가족돌봄자 34%, 비돌봄자 51%로 나타났다.

다만 가족돌봄자의 실제 은퇴 연령이 더 낮았던 것은 아니다. 은퇴 연령의 중앙값은 가족돌봄자 63세, 비돌봄자 62세였고 연령별 분포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가족돌봄자가 다른 집단보다 일찍 은퇴했다는 뜻보다는, 자신이 세운 계획보다 퇴직 시점이 앞당겨진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미국 은퇴자 1045명 대상 조사에서 가족돌봄자의 56%는 계획보다 일찍 은퇴했다고 답했다. 비돌봄자는 44%였다. 실제 은퇴 연령이 아니라 자신이 계획했던 시점과 비교한 응답이다.(미국 근로자급여연구소(EBRI)·Greenwald Research, '2026 Retirement Confidence Survey')
▲미국 은퇴자 1045명 대상 조사에서 가족돌봄자의 56%는 계획보다 일찍 은퇴했다고 답했다. 비돌봄자는 44%였다. 실제 은퇴 연령이 아니라 자신이 계획했던 시점과 비교한 응답이다.(미국 근로자급여연구소(EBRI)·Greenwald Research, '2026 Retirement Confidence Survey')

조사는 지난 1월 2일부터 28일까지 미국의 25세 이상 근로자와 은퇴자 254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일반 표본 2052명과 가족돌봄자 추가 표본 492명으로 구성했다. 분석에는 근로 중인 가족돌봄자 701명과 은퇴한 가족돌봄자 305명이 포함됐다.

여기서 가족돌봄자는 최근 1년 동안 보수를 받지 않고 성인이나 아동의 일상생활을 도운 사람을 뜻한다. 전체 응답자의 29%가 이에 해당했다.

가족돌봄자는 왜 노후 준비에 취약했나?

가족돌봄자는 돌봄에 시간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비를 지원하거나 빚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근로 중인 가족돌봄자의 34%, 은퇴한 가족돌봄자의 20%가 돌봄 대상자에게 돈을 제공했다. 돌봄 때문에 새로 빚을 내거나 기존 부채가 늘었다는 응답은 각각 20%, 15%였다.

돌봄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응답은 근로 중인 돌봄자 64%, 은퇴한 돌봄자 52%였다. 근로 돌봄자의 56%는 비상금 저축에, 54%는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한 만큼 일하는 데 돌봄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가족돌봄자는 보유 자산과 부채에서도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저축과 투자자산이 1만 달러 미만인 비율은 가족돌봄자 35%, 비돌봄자 25%였다. 부채가 중대한 문제 또는 다소 문제가 된다고 답한 비율은 가족돌봄자 69%, 비돌봄자 57%였다.

노후생활에 대한 자신감 차이는 저소득층에서 더 컸다. 연간 가구소득이 3만 5000달러 미만인 가족돌봄자 가운데 75%는 은퇴 기간에 편안하게 생활할 만큼 충분한 돈을 확보할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같은 소득대의 비돌봄자는 55%였다. 연간 가구소득이 7만 5000달러 이상인 집단에서도 자신이 없다는 응답은 가족돌봄자 32%, 비돌봄자 23%로 차이가 났다.

건강 상태에 대한 평가도 낮았다. 자신의 전반적인 건강이 ‘매우 좋다’ 또는 ‘훌륭하다’고 평가한 비율은 가족돌봄자 36%, 비돌봄자 45%였다. 재정적 안녕 상태를 같은 수준으로 평가한 비율도 각각 29%, 43%였다.

한국에서도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의 돌봄 부담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연구는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 참여한 재가급여 수급자 가족돌봄자 2048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돌봄 부담은 ‘고부담’, ‘중부담’, ‘저-중부담’, ‘저부담’ 네 집단으로 나뉘었다. 대도시에 거주하거나, 돌봄자가 며느리 또는 기타 가족이거나, 상용직일 때 고부담 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진은 재가급여를 이용하더라도 가족이 정서적 지원, 병원 동행과 외출, 가사, 식사와 목욕 등 신체수발 부담을 복합적으로 겪는다고 봤다. 가족돌봄자 지원서비스를 강화하고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때 휴직급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미국 조사는 가족돌봄과 조기은퇴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한 연구는 아니다. 그러나 가족돌봄자가 계획보다 일찍 은퇴한 경험, 낮은 자산과 높은 부채, 건강 악화와 노후 불안을 동시에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돌봄을 가족 내부의 문제로만 둘 경우 부모세대의 돌봄 부담이 자녀세대의 은퇴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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