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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에 집중하라

입력 2026-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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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는 ‘지원’이 아니라 ‘전략’”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스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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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취임한 김수영 제8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인터뷰 내내 ‘관점의 전환’을 강조했다. 노인 일자리를 복지의 하위 영역으로 두는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노인 인력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생산 주체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수영 원장은 제14·15대 양천구청장을 지낸 행정 전문가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정책 경험을 갖고 있다. 김 원장은 현장의 언어로, 그러나 정책의 시선으로 노인 일자리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방향 제시를 넘어, 지금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노인 인력’은 대체 자원이 아니라 핵심 자원

김수영 원장은 ‘지금까지의 고령화 대응은 균형이 맞지 않았다’는 명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정부 정책은 오랫동안 저출산 대응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진행된 고령화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인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미래의 위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봤다. 실제로 노동시장에서는 이미 인력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특정 산업에서는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방식이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결국 우리 내부의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과거 어느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직업 경험이 풍부하며, 사회참여 욕구도 강한 베이비붐 세대에 집중해야 하는데, 현재 노동시장 구조는 이들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베이비부머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 생산가능인구를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15만 개 일자리의 이면, ‘양보다 질’

(스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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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는 현재 115만 개 수준으로 이미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이 숫자 자체보다 그 구조를 더 중요하게 바라봤다.

그는 “지금까지 양적 확대가 필요한 시기였다면, 이제는 질적 고도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봤다. 그가 가장 먼저 지적한 문제는 ‘시스템의 낙후’이다.

“115만 명이 매년 종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기관에서 전산으로 재입력합니다. 이건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개인의 경력과 역량이 축적되지 않아요. 누가 어떤 일을 잘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이는 곧 일자리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 원장은 디지털 기반의 통합 플랫폼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을 통해 이력 데이터가 쌓이면 기업 수요와 연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AI가 적합한 인력을 추천하는 구조까지 가능하다면서 임기 내 반드시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공기관이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에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공급 중심 정책에서 수요 연결형 생태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 변화는 효율 개선을 넘어 정책 구조 자체를 바꾼다. 결국 노인 일자리 정책은 ‘몇 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해지는 셈이다.


(스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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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삶의 구조를 바꾼다

노인 일자리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일자리 참여자는 미참여자에 비해 우울 수준이 낮고, 건강상태와 운동 빈도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 역시 가족·이웃·지인 관계 전반에서 긍정적인 개선 효과가 확인된다. 이는 단순한 활동 참여를 넘어, 일이라는 행위 자체가 삶의 구조를 재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 원장은 이를 ‘삶의 밀도’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아침에 일어나 나갈 곳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루의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삶의 질을 좌우하죠.”

그는 특히 노후의 ‘일’이 갖는 의미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생계를 위한 수단을 넘어, 성취감과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적 역할을 다시 부여받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자리 참여 이유에서도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사회활동 욕구와 자기실현의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노인 일자리는 ‘돌봄’과 결합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불 세탁, 건강관리, 병원 동행, 생활 수리 등 지역 밀착형 서비스는 단순 일자리 제공뿐 아니라 생활 불편을 해결하고 지역사회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특히 1인 가구 고령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러한 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에 가까워지고 있다.

“형광등 하나 고치는 것도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소한 불편이 쌓이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죠. 그런 문제를 지역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진짜 필요한 일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노인 일자리는 개인의 경제활동을 넘어 지역사회 돌봄 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시에 ‘일하는 노인’과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내며, 고령사회에서 현실적인 해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경쟁 대신 세대 통합, 준비된 노후의 조건

노인 일자리를 둘러싼 대표적인 논쟁은 청년 일자리와의 충돌이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를 단호하게 부정한다.

“청년과 노인의 일자리는 성격이 다릅니다. 서로를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빈 영역을 채워주는 보완적 구조에 가깝습니다.”

그는 오히려 ‘세대 통합형 일자리’가 앞으로 핵심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함께 일하는 수준을 넘어, 경험과 기술이 교환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스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퇴직자가 청년의 멘토로 참여해 숙련 기술을 전수하고, 청년은 디지털 역량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합니다. 서로 다른 강점이 결합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구조죠.”

이러한 모델은 고용 확대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해당 사례를 연간 수백 명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며, 다른 산업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한편 노인 일자리의 영역 자체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시니어 금융 강사, 디지털 교육 지원, 점자 도우미, 건강관리 매니저, 외국인 정착 지원 등 기존의 단순 공익형을 넘어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하는 직무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70개 이상의 노인 적합형 신직무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김 원장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준비’를 손꼽았다.

“일하고 싶다는 의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의지는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준비입니다. 교육과 자격, 그리고 사회와 다시 연결될 준비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베이미부머, 특히 지금의 50~60대가 가진 강점을 강조했다.

“앞으로의 노후는 얼마나 준비했느냐보다, 어떻게 사회와 연결돼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에요. 그 흐름을 부담으로 볼 것인지, 자원으로 전환할 것인지는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노인 일자리는 단순한 수입원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만드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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