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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 오름’에 바람이 분다

기사입력 2019-08-26 10:03

(사진= 황정희 동년기자)
(사진= 황정희 동년기자)
화산섬 제주도는 탄생 후 수만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화산 활동이 이어졌다. 360여개의 오름은 무른 대지를 만난 용암이 분출하면서 만들어졌다. 그곳에 세월이 쌓였다. 제주인에게 오름은 단순한 지형으로서의 의미를 넘는다.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고 마소를 기르며 죽음 후에 묻히는 묘지까지, 삶과 죽음의 무대이자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해온 특별한 땅이다.

단순히 제주다운 풍경을 만나는 것 외에 제주도 사람들의 삶의 기록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오름이다. 관광지 제주가 아닌 마음으로 다가가 새로운 제주를 만나기 원한다면 오름에 올라보자.

오름 중에서도 ‘용눈이 오름’이 가장 오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찾아 사람들 발길에 채인 정상부는 붉은 흙이 드러나 가슴이 아플 지경이다.

가장 ‘오름답다’는 것은 화산 활동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능선이 드러나는 오름을 의미한다. 오름은 화산 폭발이 아닌 마그마의 분출에 의해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다. 용눈이 오름은 한 번의 폭발이 아닌 여러 차례의 분출에 의해 지금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기본 형태가 만들어진 뒤에 수차례에 걸쳐 용암류가 흘러내려 약한 쪽 화구를 무너뜨렸고 떠밀려간 화산 쇄설물은 알오름 2개와 언덕의 형태를 만들고 멈췄다. 그 위에 수 만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낮은 풀이 대부분인 용눈이 오름은 그 과정을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오름의 형태가 선명하다.

오름 이름은 대부분 기원을 갖는다. 용눈이 오름은 용이 누운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의 360여개의 오름 가운데 곡선미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몇 개의 봉우리가 잇대어 만든 골짜기는 용이 누운 듯 움푹 파여 느긋하다. 멀리서 보아도 만만하다 싶은 오름이다. 실제로 어느 방향에서 올라도 능선이 한눈에 들어와 처음 오름을 오르는 이라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탓에 오름으로 오르는 길이 외곽으로 돌아서 나있다.

오르는 길은 완만하다. 오름 초입에 들어서면 산담에 둘러싸인 몇 개의 무덤이 보인다. 여행자의 시선에는 ‘오름 안에 웬 무덤’ 하겠지만 제주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오름에서 나고 오름으로 돌아가는 제주인들에게 오름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윤회의 무대다.

키 큰 나무가 없어 내내 사방으로 확 트인 풍경에 시선을 주며 걷는다. 굽이치듯 이어지는 봉우리와 화구, 알오름으로 이루어진 오름은 정겹다. 오름을 오르는 발걸음은 가벼우나 종종 능선에 휘몰아치는 바람을 만나게 된다. 고운 능선 안에 감추고 있는 칼바람에 고개를 들기 어려울 때도 있다. 용눈이오름에 바람이 불면 두 팔을 활짝 벌려 바람을 안아보자. 제주 사람들은 이런 바람의 일상 속에서 살아왔다.

사진작가 김영갑은 용눈이 오름의 바람을 사랑하였다. 바람 부는 날에, 또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하염없이 이곳에 머물렀다. 그가 사진에 담고자 하는 바람은 오름에 몰아치는 바람이었을까, 아니면 바람 앞에 놓인 제주 사람들이었을까? 용눈이 오름에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을 느낀다.

구좌읍 종달리 산28번지

표고 : 247.8m

비고 : 88m

둘레 : 2.685m

소요시간 : 1시간

송당에서 성산읍 수산으로 가는 16번 도로 약 3km지점의 두 갈래 길에 손지오름과 이웃해 있는 오름이다. 북동쪽의 제일 높은 봉우리를 중심으로 세봉우리를 이루고, 그 안에 동서쪽으로 다소 트여있는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전체적으로 산체는 동사면 쪽으로 얕게 벌어진 말굽 형태의 화구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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