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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옛날이 그리워진다!

기사입력 2018-12-10 14:12

[동년기자 페이지] 눈처럼 아득한 추억들이 흩어지네

요즘은 겨울에도 눈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지금의 겨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몹시 춥고 눈도 많이 왔다. 그때는 함박눈이 탐스럽게 내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 있곤 했다. 그 시절엔 눈 내리는 정경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나이 든 지금도 눈 내리는 날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어린 시절의 교회당

어린 시절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될 때쯤이면 실없이 바깥을 자주 내다봤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주기를 바라면서. 크리스마스에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졌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교회당에 모여, 새벽 송 돌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 시끌벅적했다. 그 웃음소리가 그립다. 골목을 돌며 새벽 송을 할 때 함박눈이라도 내리면 모두들 얼마나 좋아했던지! 교회당 오빠들, 언니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웃음꽃을 피웠던 그 시간들이 그립다.


겨울이면 얼어붙었던 한강

그 시절에는 겨울 날씨가 너무 추워 한강물이 두껍게 얼어붙곤 했다. 수북하게 덮여 있는 눈을 헤치고 보면 두꺼운 유리 같은 얼음이 보였다. 겨울이면 한강변에서 살던 사람들은 이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도 타고, 썰매도 타고, 미끄럼도 탔다. 다양한 놀이도 없던 때라 한강 얼음판 위에서 하루 종일 노는 아이가 많았다. 한강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도 그랬다.

작은오빠가 중학교 때는 스케이트를 탔지만, 초등학교 때는 썰매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타고 놀았다. 나보다 세 살이 더 많은 작은오빠는 미끄럼도 태워주고, 썰매도 태워줬다. 미끄럼을 탈 때는 앞에서 끌어줬고, 썰매를 탈 때는 뒤에서 밀어줬다. 그러다가 얼음이 ‘쩌엉!’ 하는 소리를 내며 금이 갈 때가 있다. 어린 나는 두려움에 그만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다리가 풀리고 오금이 저려 걸을 수가 없었다. 엉덩방아도 부지기수로 찧었다.

작은오빠는 그럴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 바지에 붙은 눈을 털어주며 괜찮다고 달래곤 했다. 그 시절 나는 작은오빠가 든든하고 마냥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작은오빠도 그때는 어린 나이였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작은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눈 오는 날의 친구들

옛날엔 눈이 오면 함박눈이 쏟아지기도 했고 눈보라도 매서웠다. 걸을 때 발이 푹푹 빠질 만큼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학교 가는 먼 길이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가면 덜 지루하고 거리도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등하굣길에는 늘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걸었다.

학교도 멀고, 교회도 멀고, 친구네 집도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뚝뚝 떨어져 있는 마을에서 친구들과 만나 흰 눈을 밟으며 놀이를 했다. 때로는 발자국을 차례로 찍어 코스모스 꽃도 만들고 국화꽃도 그렸다. 장갑이 젖는 줄도 모르고 눈싸움을 하다가 손이 시리면 호호 불어가면서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 친구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는지! 눈 오는 날이면 어릴 적 친구들이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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