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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 듯 일본 여행, 집에 도착할 때까지 여행은 끝난 게 아니다

기사입력 2018-12-10 14:12

삼총사와 자유여행 도전!

11월 마지막 주에 삼총사 친구들과 일본여행을 떠났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도 하지만 비행시간이 두 시간 남짓으로 여행 가기엔 적당한 곳이다. 특히 두 친구는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어서 웬만한 의사소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좋았다. 이번에 우리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자유여행을 떠나보려고 했다.

(박혜경 동년기자)
(박혜경 동년기자)

그래도 비행기 표나 숙소는 역시 여행사 패키지를 따라가는 게 나을 것 같아 2박3일 일정에 하루 정도 자유 시간을 갖는 상품을 택했다. 갑자기 결정해서인지 저가 항공에 작은 호텔이라는 데도 가격이 꽤 비쌌다. 그래도 더 고를 여지가 없었다. 삼총사 중 한 친구가 돌보는 손자가 때 마침 부모와 여행을 하게 되어 좋든 싫든 우리도 그날에 맞추어 떠나야만 했다. 그래도 여행 일정은 알차게 짜였다. 한국에서 오전 8시 출발해서 돌아오는 날은 오후 8시 비행기였다. 6시 10분까지 공항에 가야 했는데 정작 비행기의 연착으로 9시로 출발이 늦춰졌다. 우리가 탄 항공은 저가라서 기내식은 제공되지 않는다더니 정말 주스 한잔이 없었다. 그저 생수 한 컵만 나와서 우리는 기내식 없는 여행은 처음이라면서 서로 웃었다. 도쿄에 도착하면 츠키지 시장에 가서 참치초밥과 맛있는 와규를 많이 사먹자며 입맛을 다셨다.

여행은 즐거웠다. 특히 가이드 없이 도쿄, 긴자거리를 누비고 다녔던 건 신나는 일이었다. 지하철도 900엔짜리 1일권을 사서 본전 뽑고 남을 만큼 돌아다녔다. 길 가다 일본사람에게 장소도 물어가며 재미있게 돌아다녔다. 유명한 츠키지 시장에선 참치 해체 식도 보았고 맛있는 참치초밥과 성게초밥 등 이번 먹방 여행의 진수를 맛보았다. 마음을 초조하게 만든 건 돌아오는 날이었다.

험난했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본 속의 아기자기한 차이나타운 관광을 마지막으로 8시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 왔는데 출발 때처럼 또 연착이라고 한다. 도쿄는 맑았는데 우리나라에 전날 폭설 수준의 눈이 내려서 공항 사정으로 좀 늦게 되었다는 안내가 있었다. 연착되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거의 10시 반이 넘을 것 같았다. 그러면 짐을 찾고 입국수속하고 나오면 11시가 훌쩍 넘어 공항버스가 다 끊어졌을 시간이다. 마침 공항철도가 11시 50분까지 있다는데 그것도 서울역까지다. 그래도 서울역까지만 가면 집까지 택시를 탈 수도 있을 테니 기대를 했다. 만일 공항버스나 공항철도가 끝날 때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우리는 머리를 맞대었다. 최악의 경우 택시를 타는 것인데 친구 하나는 작년에 이런 일이 있어 집인 상암동까지 택시비로 8만 원이 나왔다는 말을 했다. 우리 집은 상암동보다 더 멀어서 택시비가 얼마 나올지 걱정이 앞서면서 제발 공항버스가 있기를 바랐다. 요즘은 공항 근처에 찜질방도 있으니 하룻밤 자고 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며 웃기도 했다.

미리 걱정하기 않기

그러면서도 마음은 몹시 초조하고 조바심이 났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이 막 지난 시각이었다. 같이 돌아온 젊은 아가씨가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더니 이미 공항버스는 다 끝났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마지막 공항철도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각자 자식들에게 전화를 했다. 나도 아들에게 전화해서 사정이 이러하니 서울역으로 엄마를 데리러 오라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한다. 공항철도 쪽으로 가다가 안내하는 아저씨가 있어 우리 동네 버스는 끝났냐고 했더니 5분 후에 떠나는 막차가 있다고 했다.

와, 그때의 반가움이란... 대중교통이 그렇게 고마운 존재인지 처음 느꼈다. 드디어 공항리무진에 탔다. 아들이 동네 입구로 나와 주었다. 버스가 어떻게 달렸는지 30분 만에 우리 동네에 내려주었고 아들의 차로 집에 무사히 들어왔다. 비행기 안에서 고민하던 걸 생각하니 이제야 웃음이 난다. 12시가 넘은 시간 잘 들어갔는지 묻는 친구들의 카톡이 울렸다. 다들 무사히 제 무대로 돌아왔다. 항상 어떤 일이든 방법은 있는 것이다. 아까의 고민은 부질없었다. 너무 미리 걱정은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혜경 동년기자)
(박혜경 동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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