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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은 어디에?

기사입력 2018-06-25 10:23

요즘은 친구들과 1박 2일 모임을 한다. 잠깐 얼굴 보고 밥 먹고 헤어지는 만남이 아쉬워 언제부터인가 만나면 1박을 한다. 그날도 오후 느지막이 만나 여유 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가는 길에 노래방을 들러 가기로 했다. 그렇잖아도 ‘브라보마이라이프 콘서트’에서 들었던 가수 양수경의 노래를 흥얼거리던 차에 냉큼 맘이 땅겼다.

“노래방은 한 시간만 하고 가자. 호텔 들어가면서 맥주랑 안주도 사야지?”

택시 안에서 나누는 대화에 기사님의 눈빛이 곱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평일 오후에 여편네(?)들의 행태로는 의심받아 마땅할 법하다. 멀어지는 기사님에게 참하게 놀다 가겠노라고 속말을 전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노래방 간판이다. 지하보다는 깨끗하고 쾌적한 지상으로 가자며 간택을 고민하던 차에 한 건물에 5층부터 8층까지가 노래방이 떼로 몰려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선택이 쉽지 않다.

“노래빵, 노래룸, 노래클럽, 노래터, 노래스튜디오….”

엇비슷한 상호가 한 가득이다. 우리가 찾는 노래방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헤매자 동승한 사람이, 여기는 노래주점이라고 넌지시 알려준다. 화들짝 놀라 다시 찾아보니 길 건너 저만치에 노래방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문을 밀고 들어섰는데 인기척이 없다. 작은 방이 쭉 이어져 있고 데스크 옆에 지폐교환기가 있을 뿐이다. 벽면에 시설 이용법이 붙어 있는, 말로만 들었던 코인 노래방이다. ‘코인 노래방’은 상호명이 아니고 ‘코인을 사용하는 노래방’이라는 설명이다. 한 곡에 500원! 5000원을 동전으로 바꿔 방에 들어서니 노래 반주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일렬로 화면을 보고 앉아 동전을 넣고 노래를 선택하니 반주가 나왔다.

‘이건 쫌 아니다’ 싶은 마음과 함께 밀려오던 비루하고 애잔한 느낌. 다시 나와 주변 일대를 뒤지다 보니 졸음이 밀려왔다. 결국 노래방 로망은 날아가고 호텔로 급 귀가했다. 그날도 집에서의 일상처럼 잠옷을 갈아입고 얼굴에 팩을 붙인 후 폭풍 수다로 하루를 마감했다.

우리 세대에게 노래방은 건전한 문화 공간이다. 개인적으로는 술집이나 카페보다 더 편하게 속내를 풀 수 있는 고마운 곳으로 기억한다. 언젠가는 두 시간을 나 홀로 논 적도 있다. 마이크 두 개를 부여잡고 소리 지르며 놀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노래방도 못 찾는 나이가 되었나 확! 이참에 노래방 마이크를 장만해?’

자려고 누우면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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