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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맛보기

기사입력 2017-10-20 20:37

일요일 오후 막냇동생이 전화를 했다. 엄마에게 전통 사찰음식을 사드리고 싶으니 모시고 나오라 한다.

엄마가 요즘 많이 의기소침해 계신다.

지난주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저하라는 소견을 받고 지금 검사 중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는 심장이나 혈압체크만 하면서 대체적으로 아픈 곳 없이 생활하셨는데 이번에 소변검사 후 신장을 면밀히 검사받아보라는 진단과 함께 음식도 국물이나 소금기를 피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막내 제부가 이런 종류의 음식을 드셔야 한다며 ‘감로당’이라는 사찰음식점에 초대했는데 ‘감로당’이라는 음식점은 필자는 처음 들었지만, 많이 알려진 아주 유명한 곳으로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음식재료도 거의 천연으로 준비하는 곳이라 한다.

사찰음식점으로는 조계사 건너편의 ‘발우공양’이라는 곳에 가본 적이 있다.

유명한 스님요리사가 운영하는 곳인데 꼭 예약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 리처드 기어는 불교 신자이다.

리처드 기어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이 음식점에도 왔다는데 불교신자로서 한국 전통의 절 음식을 맛보고 싶었을 것이다.

음식점 벽에 필자가 좋아하는 리처드 기어의 사진이 사인과 함께 걸려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었다.

‘감로당’의 음식도 ‘발우공양’과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백련초로 담근 김치는 색이 곱고 맛도 좋았지만, 코스로 나오는 요리들은 짭짤한 맛을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너무나 심심한 음식들이었다.

막내 제부가 일부러 이 식당을 선택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앞으로는 국물이나 소금기를 피해야 하니 이런 음식을 드셔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마음 씀씀이가 매우 고마웠다.

먼저 연잎 차가 한잔 나왔고 부드러운 현미 죽이 나왔다. 따끈한 현미 죽은 간이 없었는데도 감칠맛이 났다.

다음은 연근과 마, 파프리카 샐러드로 필자가 좋아하는 마가 아주 아삭해서 맛있었다.

그런데 어디나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한식집의 음식량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싶은데 다음 메뉴로 송이와 마, 연근을 구운 음식으로 일인 당 딱 한 개씩 나왔다. 아삭한 마가 좋아서 10개쯤 먹고 싶었다.

두부를 작게 썰어 찹쌀을 입혀 튀긴 후 매운 양념으로 버무린 두부조림, 숙주나물과 채소를 볶은 ‘월과 채’가 나왔고 자그마한 예쁜 색깔의 각종 전이 한 접시 나왔다.

이렇게 버섯과 채소와 전이 주재료인 요리가 끝나고 연잎에 싼 연잎 찐 밥과 된장국 수수부꾸미와 식혜로 마무리되었다.

연잎 밥은 약간 고두밥이었지만 쫀득하고 찰기가 있어 아주 맛있었다.

다시 한 번 “어머니 앞으로는 이렇게 드셔야 해요.” 라고 당부하는 막냇사위의 손을 잡은 엄마는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으셨다. 엄마 덕분에 덩달아 필자까지 좋은 음식을 맛보았다.

고기와 냉면을 좋아하시는 엄마가 앞으로는 채식 위주로 하셔야 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이런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아주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먹은 재료 중엔 마가 제일 맘에 들었다. 엄마랑 이번 주말에 경동시장에 가서 연근과 마를 사오자고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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