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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쓰다 가자!

기사입력 2017-05-22 16:14

모처럼 스케줄이 비어 근처에 사는 동생과 형수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송파에 3가구 형제들이 살고 있어 그렇게 종종 모이곤 했다. 형제들은 너무 자주 봐도 문제이고 너무 안 봐도 문제인 것 같다. 서로를 너무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과거 얘기 등이 직격탄으로 날아올 때가 있다. 사회에서 어울리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기 때문에 만나도 좋은 얘기만 나누는데 형제들 간의 대화는 그렇지 않다.

15년 전, 필자가 주관이 되어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산인 상가 건물을 상속 처리하면서 형제간의 합의를 받아냈다. 상가를 매각한 뒤에는 공평하게 배분했다. 일생일대의 대타협이었고 그 후 그로 인한 분란은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대화 중에 배분받은 돈의 용처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다른 형제들은 그 돈을 받아 땅도 사고 집도 하나 더 샀단다.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그 재산들이 꽤 불어났다. 그런데 필자는 그 돈으로 영국으로 댄스 유학을 가고, 유럽 여행을 하는 등 흥청망청 다 써서 남은 것이 없다. 그런데 이번 저녁식사 자리에서 필자가 비난받을 만하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필자는 나름대로 알아서 쓰는 것이지, 반드시 용처가 같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반박했다. 필자도 형제들처럼 투자를 해서 돈을 불려놓았으면 좋았겠지만, 때를 놓치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즐겁게 잘 썼으면 된 것이라고 했다. 로또에 당첨되어 목돈이 생겨도 필자 생각은 같다. 남들은 그 돈으로 땅도 사고 집도 사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필자는 투자보다는 소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

형제들이 염려하는 것은 필자가 혼자 살면서 돈도 없으니까 잘못 될까봐 하는 걱정이다. 큰 병이라도 생기거나 집 문제 등 사고가 생기면 못 본 척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하자, 고집불통이라며 낙인을 찍어버렸다.

돈 생기면 여행 다니고, 먹고 싶은 것 사 먹고, 사고 싶은 것 살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그 돈을 아껴가면서 불리고 싶지는 않다. 좋은 직장 잘 다니다가 포기하고 세계 여행을 떠난 사람들,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의 이야기 등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형제들은 남들이 그런 삶을 사는 건 봐줄 만한지만 필자가 그렇게 사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였다.

형제들은 필자에게 기대가 컸다고 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잘나가서 큰 성공을 하리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필자 형제들은 필자가 실패한 인생을 사는 것으로 보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밥 안 굶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인생이면 되는 것이다. 돈도 그렇다. 잘 쓰고 가자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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