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떠나는 오래된 맛집
47년 전통 ‘봉산찜갈비’
대구광역시청 인근 ‘동인동 찜갈비골목’은 지역민을 비롯한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대표 먹자골목이다. 달달한 간장양념 갈비찜이 아닌, 매콤한 마늘양념 ‘찜갈비’를 맛볼 수 있다. 그중 터줏대감으로 알려진 가게가 바로 ‘봉산찜갈비’다. 원래는 인근 건설 노동자들의 끼니를 해결해주던 국숫집이었는데, 고기를 찾는 손님들이 생기며 현재의 찜갈비가 탄생하게 됐다.
육체노동이 심한 이들의 몸보신을 위해 소갈비를 주재료로, 무더운 대구 날씨에 잃은 입맛을 찾아줄 매콤짭짤한 양념을 더했다. 여기에 다진 마늘도 듬뿍 넣는다. 별다른 고명이나 꾸밈새 없이 양푼냄비에 담아내는데, 과거 국수를 말아내던 그릇을 그대로 사용한다. 올록볼록 양푼냄비에 새겨진 세월의 주름만큼이나, 오랜 시간 희로애락을 나눈 단골이 많다고. 창업주인 어머니 이순남 여사의 아들인 2대 주인장 최병열(50) 씨가 가업을 잇게 된 것도 바로 그 ‘추억’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학과 직장을 서울에서 다녔어요. 마흔이 되니 이제 내려와 가게를 물려받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거절하고 싶었지만, 외아들이라 의무감으로 일단 1년은 서울에서 오가며 손님을 맞이했는데 그러면서 마음이 달라졌죠. 우리 가게를 사랑하고, 추억을 안고 찾아오시는 분이 너무나 많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봉산찜갈비가 사라진다면 그들의 추억도 사라진다 생각하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움트더군요. 결국 이듬해에 대구로 내려와 일을 제대로 시작했죠.”
그때의 마음을 되새기며 최 씨는 ‘추억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가게의 명맥을 잇고자 한다. 더불어 ‘음식은 소통’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오는 손님들 간 기분 좋은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요즘은 외식하러 와도 휴대폰만 보느라 서로 대화가 없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나마 술자리에서 대화가 잘 오가기 때문에 저희는 어떤 술을 가져오시든 코르크 차지를 받지 않아요. 즐거운 추억을 만드셨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인생 성공의 척도는 ‘돈보다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최근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요즘 카페에서 일회용품 안 쓰기 운동을 하듯, 비오는 날 비닐 대신 바람으로 우산 물기를 제거하는 기계를 놓는 등 작은 실천을 해보고 있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안 먹는 반찬을 돌려주는 손님에게 그만큼의 다른 보상을 드리는 등 새로운 방법도 계속 고민하고요. 지금의 환경은 미래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거잖아요. 훗날 자녀들에게 봉산찜갈비와 함께 좋은 환경까지 물려주고 싶습니다.”
대구1호선 칠성시장역 3번 출구 도보 9분
주소 대구시 중구 동덕로36길 9-18
영업시간 10:00~22:00 (명절 휴무)
대표메뉴 찜갈비, 갈비살 찌개
※본 기획 취재는 (사)한국잡지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