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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 딸이라 고마워

기사입력 2019-03-07 11:13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날은 일본에서 살고 있는 딸이 우리 집에서 열흘간 머물다 떠난 날이었다. 김포공항에서 딸을 배웅하고 미용실에 들렀는데 일본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딸과 통화 중에“네가 내 딸이라 고마워”라고 하자 이 말을 들은 미용실의 한 손님이 “참 듣기 좋은 말이네요”라고 했다고 원장님이 웃으며 전해줬다.


서둔야학 시절 나는 이별을 자주 했다. 야학생들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1년 정도 봉사활동을 하다가 그만두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떠날 때마다 너무 슬퍼서 새로 오시는 선생님들에게는 절대로 정을 주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정을 주지 않은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이 떠날 때마다 나는 또 울고 있었다. 마음 아프지 않겠다고 아무리 다짐을 해도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이별인 듯싶다. 딸과도 매년 두 번씩 만나 며칠간 같이 있는데 헤어질 때마다 울게 된다. 정 많고 눈물 많은 내가 어쩌다 하나밖에 없는 딸과 떨어져 살게 되었는지…. 이것도 운명이겠지!


딸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나를 위한 이벤트를 기획해서 온다. 2017년에는 딸의 배려로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보그전'을 봤는데 너무 아름답고 멋졌다. 패션을 좋아하는 내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보그전은 패션디자이너와 패션모델, 그리고 사진작가와 현장 감독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색채의 향연과 빛의 향연 속에서 모델들은 마음껏 아우라를 내뿜었다. 그야말로 극치의 아름다움이었다.

나태주 시인이 말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한 사람이 된다"라고.

"야~~ 멋있다!" "정말 환상적이다!"

딸애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볼 때마다 흥분해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나를 지켜보며 뿌듯해했다.

지금은 스마트시대다. 내 가슴속에 각인된 멋진 그 시간은 휴대폰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이따금 꺼내 보며 딸과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려본다.


2015년에는 뮤지컬 '엘리자벳'을 같이 관람하는 호사를 누렸다.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의 왕비인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다. 경국지색(傾國之色), 침어낙안(沈魚落雁)이라 칭할 만큼 빼어난 미인이며 몸매도 아름다운 그녀는 화려한 궁중 의상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그녀의 모습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완전 내 취향이라서 한눈에 빠져버렸다. 요제프 왕세자는 그녀의 언니와 혼인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가 아름다운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녀와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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