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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족 ‘의형제’

기사입력 2019-02-28 08:51

가장 가까운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당연히 가족이 우선이다. 그다음이 형제다. 법적으로도 그렇다. 그러나 정작 가족, 형제 관계가 원만한 집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사회에서 만나 사람들과는 어느 정도의 친소(親疏)가 존재한다.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수준에서 관계를 유지한다. 대부분 불가근불가원이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말이 잘 통하고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별 이슈도 없이 만나자고 하면 부담을 갖는다.

이럴 때 의형제 개념은 바람직하다. 만나서 식사를 한 끼 해도 의미가 있다. 공연을 같이 갈 수도 있다. 생일처럼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 초대해도 명분이 된다. 심지어 남녀 관계에서도 선을 지키기 때문에 남들 앞에서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친형제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자주 못 본다. 기대하는 것이 많아서인지, 만나면 싸운다. 서로를 어릴 때부터 너무 잘 알고 가깝다는 이유로 잔소리도 서슴없이 하다 보니 만나면 불편해진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은 멀리 지방에서 살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지금도 현업에서 일하느라 바쁘다. 오래 못 보고 살면 막상 만나더라도 어색하다. 여동생 가족 종교 쪽으로 깊이 관계하며 살아서 거리감이 더하다.

자녀들도 엄연히 있다. 그러나 한창 일할 나이라 바쁘게 산다. 특별한 일도 없이 불러내면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설, 추석, 어버이날, 그리고 내 생일날 보는 것이 전부다. 생일이나 어버이날도 평일이면 날짜를 앞당겨 그 주 주말에 미리 만난다. 정작 당일이 되면 혼자인 것이다. 허전하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만나온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면서 각자의 사정이 달라져 만나도 옛날 같지 않다. 서로 너무 오래 만나서 지루함과 피곤함도 있다.

같이 어울리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적당한 숫자는 대부분 20여 명 안팎인 것 같다. 친밀함은 덜하지만, 그런대로 만나는 사람의 수는 100여 명 정도로 본다. 더 많으면 에너지를 나눠야 하는 등 한계가 있어 관계가 옅어질 수밖에 없다.

살다 보면 생일날처럼 개인적인 대소사를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다. 같이 공연도 보고 여행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러나 친한 관계가 아니면 초대에 응하지 않는다. 그리 가깝지도 않은데 자주 연락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대안으로 의형제 맺기가 있다. 법적인 형제 관계는 아니지만, 여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형제 못지않게 의지가 된다. 남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위안도 받을 수 있다. 물질적으로도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유산도 남겨줄 수 있다.

조심해야 할 일은 친형제들과도 원만하지 않은 사람이 의형제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느냐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로 의무를 다하고 배려를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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