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시작인가! 소지품을 챙기지 않고 집을 나서다 아차차! 하고 되돌아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휴대폰, 지갑, 안경, 손수건 따위다. 일본에서는 집에 두고 온 안경이나 서류 뭉치를 회사로 가져다주는 퀵 서비스도 있다 하니 깜박 잊어버리는 건 나이 들면 어느 나라 사람에게나 흔한 일인 모양이다. 그래도 집에 두고 나온 물건은 잠시 불편해도 잃어버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문제는 밖에서 잃어버릴 때다. 주머니나 가방 속에 넣어둔 물건은 잃어버리지 않지만 손에 든 물건은 옆에 잠시 놔뒀다가 일어설 때 깜박 잊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안경을 잃어버렸다. 평소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나는 먼 곳을 볼 때는 흐릿해 안경이 필요하지만 책이나 스마트폰을 볼 때는 안경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워 벗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평소에는 안경을 잘 쓰지 않는다. 이렇게 쓰다 말다 하는 물건들을 잘 잃어버린다.
안경을 잃어버린 날은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 잠시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안경을 벗어 옆자리에 놓았다. 잠시 뒤 기차가 오자 급한 마음에 안경을 깜박 잊고 승차를 해버렸다. 기차가 출발한 뒤에야 ‘아차 내 안경’ 했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고맙게도 누군가가 기차역 분실물센터에 맡겨주길 바랄 뿐이었다. 며칠 뒤 기차역 분실물센터를 찾아가 직원에게 분실물 중 혹시 안경이 없었느냐고 물어봤다. 직원이 분실물 대장을 확인해보더니 없다고 했다. 더 이상 찾을 길이 없었다.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고 잃어버린 안경에 대한 추억만 새록새록 살아났다.
앞으로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첫째로 집을 나설 때 내가 소지한 물건이 어떤 것이 있는지 상기했다. 주로 휴대폰, 지갑, 손수건, 자동차열쇠 등이다. 안경은 안경집을 갖고 다니며 사용하지 않을 때는 번거롭더라도 집어넣은 후 주머니에 챙겼다. 주머니도 손이 자주 들락날락하는 바깥 주머니보다. 깊숙한 속주머니가 더 안전하다.
그리고 잃어버려도 습득한 사람이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건에 적어뒀다. 열쇠고리에는 전화번호를 넣은 고리를 달고, 모자 안쪽 상표에도 전화번호를 썼다. 습관도 중요하다.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설 때는 반드시 그 자리를 살펴본 뒤 문을 나서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 외출할 때는 전등은 껐는지 보일러는 외출에 맞춰놓았는지 창문은 닫았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3초의 여유를 갖기로 했다. 이렇게 잊거나 잃어버리지 않으려 조심하는 행동은 기억력 보존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