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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가 갑자기 욕을 한다면?

기사입력 2018-07-05 14:09

[새로운 어른들의 어휘문화 PART3] 청소년 상담 전문가 강금주에게 묻다

귀여운 손주가 앵두 같은 입술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처음 불렀을 때의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훌쩍 커버린 사춘기 손주의 입에서 비속어가 흘러나온다면? 어떤 말로 다그쳐야 할지 말문이 막힐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재잘대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과묵해진 손주와의 대화는 더욱 난관이다. 한창 예민하게 성장통을 겪는 손주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끼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까칠한 질풍노도 손주를 상대하는 말하기 비법, 강금주 청소년 상담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도움말 강금주 청소년 상담 전문가·‘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Q 사춘기 아이 중 조부모와의 대화 갈등으로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나요? 주로 어떤 문제이고, 어떤 해결책을 주시나요?

A 요즘은 조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그러나 조부모랑 살든 부모랑 살든 10대들이 겪는 갈등은 비슷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할 불평을 조부모에게 하면서, 자신이 부모와 살았다면 훨씬 더 이해받았을 거라 여기게 됩니다. 막연히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는 이해해줄 문제를 조부모는 잘 모른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러나 반대로, 조부모이기 때문에 아이를 수용하는 범위가 부모보다 더 깊고 넓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을 아이들에게 강조해 말해주지요. “부모보다 너를 더 사랑하고 이해해주려 노력한다”라고요. 물론 가치관 차이나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차이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설명해줍니다.


<피해야 할 대화 주제>

-어느 대학에 갈지, 공부는 잘하는지 학업에 대한 주제

-다니는 학교나 선생님을 나쁘게 표현하는 말

-가족 구성원 또는 아이 친구들에 대한 험담

-형제 또는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는 말

-과거에 잘못한 일을 다시 꾸중하는 말

-아이의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표현하는 말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아이의 실수나 잘못을 비웃는 말


<좋은 추임새의 예>

그랬구나ㆍ대단하다!ㆍ잘했어!ㆍ역시 너다워ㆍ너니까 잘하는 거야ㆍ쉽지 않았을 텐데 잘했다ㆍ너 참 대단하구나ㆍ괜찮아ㆍ어쩜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었니?


Q 손주와 단둘이 있을 때 대화 소재를 찾지 못해 정적만이 흐를 때도 있죠. 이런 상황에서 조부모가 먼저 꺼내면 좋을 화두는 무엇일까요?

A 아이들은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합니다. 내 관심사를 상대가 판단하지 않고 물어주고 들어주면 말이 통하고 자신을 인정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쉬운 화두는 10대라면 연예인(아이돌 가수)인데, 이에 대해 묻기만 해도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쏟아놓습니다. 물론 아이가 말한 그 연예인에 대해 조부모는 전혀 모를 수 있지만 그냥 들어주면서 그 사람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면 한 시간 이상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중간 중간 “다른 사람도 많은데 왜 그 사람이 좋니?”라고 묻거나 “특히 좋아하는 노랜 뭐가 있니? 지금 들려줄래?”라고 말하면 자기가 판단 당하지 않고 온전히 수용되고 있다고 생각해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해진다.


Q 손주가 갑자기 욕, 비속어 등 예의에 어긋나는 언행을 했을 때, 조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언어로 잘못된 행동을 알려줘야 할까요?

A 아이를 다그치기 위해 똑같이 욕이나 비속어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이 바로 인격의 수준이다. 그 마음을 다른 말로 표현해봐라. 욕을 한다고 해서 네가 더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네가 한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은 너 자신이기 때문에 스스로 설득이 되는 말을 해야 한다. 네가 상대에게 욕을 하면 그 사람은 네가 욕을 하든 안 하든 그대로이지만 욕을 한 너는 그 수준의 사람이 되고 만다”라는 식으로 알려줘야 합니다. “네가 한 말이 듣기에 거슬리는데 다른 말로 네 생각을 표현해봐라” 하며 아이들이 다른 말을 생각할 기회를 주면 좋습니다.


Q 손주가 부모(조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 대해 험담을 할 때, 조부모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A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겠지요. 특히 자기를 조부모와 살게 한 부모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가 부모에 대해 불평했을 때 부모 편을 드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조부모도 부모랑 똑같다 여겨 마음을 닫겠지요. 아이의 불평은 그대로 들어주고 “다만 너희 부모도 애쓰고 있고 힘들다”라고 말해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도 네 나이 때는 그랬다” 등 부모가 손주 나이였을 때 했던 실수나 생각을 들려주면 아이가 ‘우리 부모도 나 같았구나’ 하면서 이해하게 될 겁니다.


Q 사춘기 손주가 부모에게 혼날 때 조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부모가 아이를 혼내는 상황에서 조부모가 나서면 대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이는 끼어드는 제3자에게 더 큰 반항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꾸중을 듣는 손자가 안쓰럽더라도 그 순간에는 그대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아이에게 따로 말할 기회를 만들면 좋겠지요. 손주의 기분이 좀 풀렸을 때 “엄마가 혼낼 때 좀 억울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니? 그래도 네가 엄마의 꾸중을 묵묵히 듣는 것을 보면서 참 대견하다 생각했다”면서 위로해줄 수는 있지만 절대 부모가 잘못한 거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됩니다. 대신 “너한테 기대가 커서 그렇게 혼낸 것”이라 말해주세요. 반대로 손주를 혼내야 하는 상황인데도 가만히 있거나 감싸면 대신 훈육하고 싶겠지만, 어디까지나 자녀교육은 부모의 영역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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