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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야외 스케이트장

기사입력 2018-01-08 15:41

▲첫 스케이팅이 즐거운 손녀딸(박혜경 동년기자)
▲첫 스케이팅이 즐거운 손녀딸(박혜경 동년기자)
올해도 여의도공원에 야외 스케이트장이 열렸다. 아들이 직장 바로 앞 여의도공원에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졌다며 가보자 해서 손녀를 데리고 갔었다. 어린 손녀는 처음 타는 스케이트가 신기한지 자꾸 넘어지면서도 재미있어 했다. 즐거워하는 손녀를 보는 필자 마음도 흐뭇하고 좋았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낭만적이고 멋지다. 전에는 잘 몰랐는데 서울시 곳곳에 겨울을 맞이한 시민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스케이트장 또는 눈썰매를 탈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창경궁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즐겼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인 공원 광장에 야외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봤는데 누구의 발상인지 참신하다. 어릴 때 외국 영화에서 아치형 다리 밑에서 원피스를 입은 여자들이 털목도리를 두르고 남자들은 양복 정장을 하고 우아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을 보았던 게 생각난다. 너무나 로맨틱하고 참 아름다운 장면이라 감탄을 했는데 이제 우리도 도심 복판에서 얼음을 지치는 낭만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케이트는 한 번 배우면 한동안 타지 않아도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그랬다. 필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스케이트를 탔다. 대전에 살 때였는데 목척교 아래 넓은 대전천에 겨울이면 둥근 링크가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이 스케이트를 탔다.

교육열이 높아 필자에게 무엇이든 가르쳐주셨던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날렵한 날이 있는 롱스케이트를 들고 처음 개천으로 내려갔던 때가 생각난다. 필자가 웬만큼 익힐 때까지 기다리시다가 대전극장 골목의 일본 음식점에서 따끈한 우동을 사주셨던 것도 기억난다. 정말 그리운 시절이다. 처음 몇 번만 엄마가 따라오셨고 필자가 스케이트를 좀 타게 되었을 때부터는 혼자서 타러 다녔다.

대전천 야외 스케이트장에는 스케이트 날을 갈아주는 아저씨도 있었고 간식으로 어묵이나 코코아를 파는 간이매점도 있어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다가 사 먹었던 뜨거운 코코아 한 잔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신나게 울려 퍼지던 음악소리도 여전히 귀에 들리는 듯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이사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 바로 건너편에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이 있어 틈틈이 친구들과 가서 놀았다. 그 당시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스케이트장이었다.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빨간색이나 흰색의 피겨스케이트를 탔지만 나는 검은색 롱스케이트만 탔다. 스피드를 즐기기엔 롱스케이트가 제격이었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스케이트를 탈 일이 없었다. 다른 재미있는 일이 그것 말고도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 때 학부모 스케이트 대회가 열렸다. 아주 오랜 시간 스케이트를 타보지 않아 걱정했는데 의외로 실력이 줄지 않아 등수 안에 들었다.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때 스케이트나 수영은 한 번 배우면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TV 속에서 빙글빙글 링을 따라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어릴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필자도 당장 타러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하지만 마음뿐이다. 이제는 혹시라도 넘어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되는 나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직은 깊은 겨울이다. 좀 씁쓸하지만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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