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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의 배경음악

기사입력 2017-12-28 15:53

공식 당구 시합이 벌어지는 장소는 각양각색이다. 쇼핑몰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체육관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쇼핑몰은 쇼핑객들에게 구경거리를 선사하고 쇼핑몰 광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각종 잡음이 있어 별로 좋지 않다. 체육관에서 하는 경우는 객석이 너무 멀리 있어 관심 있는 선수의 경기를 보기 어렵다. 당구대가 여러 개 있어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들려 집중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외국에서 벌어지는 국제 경기는 독립된 건물에서 하기도 한다. 큰 건물이 있는 휴양지에서도 국제 경기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경기는 기존 당구장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당구장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당구 치는 사람들의 잡담 소리만 들린다. 조용히 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을 칠 때마다 한마디씩 하게 되므로 다른 당구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 소위 방해 작전으로 하는 말도 있다. 당구 치는 사람의 평정심을 흐트러뜨리려는 의도로 일부러 말을 걸기도 하는 것이다. 재미는 있을지 모르나 좋은 매너는 아니다.

어느 당구장은 TV 스포츠 경기를 하루 종일 틀어놓는다. 프로야구 경기를 틀어놓기도 하고 UFC 경기를 틀어놓기도 한다. 그것만으로도 시끄럽다. 당구장을 투기 오락장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야구 경기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안타라도 치면 괴성을 지르니 문제다. 아무 소리가 없으면 불안한 모양이다.

어느 당구장은 들어가자마자 개 두 마리가 짖으며 달려 나와 놀란 적이 있다. 계속 짖어대는 바람에 그만 치고 나갈 생각까지 했다. 주인은 개를 사랑한다지만 개를 싫어하는 손님들도 있다. 영업장에 개를 풀어놓을 일은 아니다.

경기도 한 당구장은 대회 때 감미로운 바이올린,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배경 음악을 깔아 호평을 받았다. 선수들이 평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 대한체육회장 배 당구대회에서는 수시로 공지 멘트를 마이크로 하는 통에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선수별 당구대 배정 멘트인데 댄스대회처럼 한쪽 벽에 붙여놓으면 될 일을 왜 소음에 버금가는 소리로 전달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독일의 국제 당구대회장에서는 축구장에서나 사용할 법한 나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해설자 얘기로는 독일만 그렇다는데 정신이 좀 나간 사람이 한 사람 있는 모양이다. 당구는 귀족 오락이다. 궁정에서 하던 스포츠였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요즘은 고급 라운지처럼 차려놓은 당구장도 종종 보인다. 물론 게임비가 일반 당구장보다 비싸다.

당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멘탈 게임이다. 심리적 요소가 경기에 많이 작용한다. 고급 당구장들은 클래식 음악을 낮게 틀어놓는다. 좋은 일이다. 당구를 치면서도 스스로 격이 올라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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