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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계시면 손님이 안 들어와요

기사입력 2017-12-13 19:37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을 다섯 군데나 갖고 있는 올해 환갑을 지낸 K 사장은 나와 테니스 동호회원이다. 이분은 30대 초반부터 이런 피복장사를 해왔으니 이 방면에서는 알아주는 베테랑이다. 한때는 본사에서 매출을 가장 많이 올려주는 가맹점이라고 특별대우와 표창장도 받았다고 한다. 본사에서 경쟁브랜드사와 맞장 뜰 지역에는 K 사장에게 적극 지원을 전제로 점포를 개설하도록 권유하다고 하니 본사에서도 인정하는 장사꾼이다.

여러 곳의 점포를 혼자 운영할 수는 없다. 각 점포마다 팀장이라는 직책의 책임자를 지정하고 그 밑에 알바들을 고용하여 장사를 한다. 알바생중에서 경력이 있고 장사수완은 물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을 선발하여 팀장이라는 책임자 직책으로 키워간다. 팀장은 급여대신 매출액의 몇 %를 갖고 가는 소 사장이다. 물건을 많이 팔아도 알바들은 시간당 임금을 받아 가는 것으로 끝이지만 K사장이나 팀장은 직접적인 이익이 많이 생긴다. 반면 장사가 안 되면 팀장은 급여를 못 받는 것으로 끝나지만 K사장은 가게임대료와 관리비등 직접적 손실이 생기는 구조다.

K사장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직원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는데 직원들은 별로 귀담아 듣는 기색이 아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팀장이 말하길 ‘사장님이 가게에 있으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으니 앞으로 여기는 나오지 마세요.’ 라고 했단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인지는 몰라도 손님에게 물건을 팔아본 기억이 없다. 손님들이 젊은 종업원하고만 이야기 하려고하지 사장이지만 늙은 자신에게는 아무도 말 붙여오는 사람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가게에 가도 동태만 살피고 나와야하고 자신의 신세가 물위에 기름 뜬것처럼 점포에서 겉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P는 과장급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하여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고객을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통 손님이 없다. 누가 귀 뜀을 해줬다. 늙은이 그것도 남자 늙은이 혼자 있는 부동산점포에 아무도 가지 않으니 참한 아줌마를 실장급으로 한사람 체용 하라고 했다. 결국 여성실장을 체용하고 이익금을 절반씩 나누기로 하면서 손님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옛날 어른들이 자주 말씀하시길 호박은 늙으면 쓰임새가 많으나(호박죽, 호박범벅. 호박꼬지, 약초 넣고 호박다림 등) 사람은 늙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했다. 노인이 죽으면 동네 도서관이 하나 없어지는 것처럼 노인은 지혜의 샘이라는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사장이면서도 종업원에게 까지 배척당하고 자격 있는 공인중개사임에도 무자격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것이 노인의 현실이다.

그렇다하여 세태를 원망만하고 뒷방 늙은이로 죽치고 앉아있을 수는 없다. 100세 시대에 70대는 너무 젊다. 영원한 현역이 좋다. 걸음을 걸어도 몸을 꼿꼿이 치켜세우고 힘차게 빨리 걸어야 한다. 몸에서 노인 냄새가 아니라 향기가 나도록 청결을 유지한다. 오늘도 힘차게 구두끈을 졸라매며 ‘아빠 출근한다’라며 크게 외치고 현관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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