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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기는 싫어

기사입력 2017-12-05 16:41

댄스 스텝에서 남자 스텝은 거의 대부분 전진하는 스텝이다. 그러나 가끔 뒤로 가는 스텝이 있다. Back Check, Back Lock, Back Whisk, Back Corte 등이다. 가장 어렵다. 앞만 보고 가다가 뒤로 간다는 것은 루틴이 아주 훤해서 여유가 있지 않으면 자칫 까먹고 실수하기 좋다. 뒤로 가는 스텝이 모양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당구에서도 대부분 공이 앞으로 진행하는 형태로 친다. 끌어치기가 유일하게 백 스핀으로 공의 아래쪽을 치면 수구가 앞 목적구에 맞고 나서 공이 뒤로 굴러 오는 기술이다. 4구에서는 이 기술이 필수이다. 동호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3구에서는 끌어치기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공이 앞으로 진행하는 길만 보다 보니 뒤로 끌어치기 해서 3 쿠션을 만드는 기술은 못 보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도 전진은 쉽지만, 뒤로 가는 후진은 어렵다. 고개를 돌리지 않으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전진은 감이 익숙하지만, 후진은 고개를 돌리고 보면서도 단순히 보이는 것 외에도 몸이 익숙하지 않아 접촉 사고를 내기도 한다.

유모차를 앞세우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보 아줌마가 있었다. 횡단보도를 거의 건널 무렵 유모차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이 아줌마가 진행을 멈추고 그걸 주우려는 찰라 신호대기 중이던 자동차가 돌진했다. 하마터면 엄청난 비극이 발생할 뻔 했다. 전진만 입력되어 있는 세상에 잠시 멈춤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좀 더 뒷쪽에 떨어졌더라면 되돌아 가야 하는데 이미 신호는 바뀌어 있었다면 여지없이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앞으로 걷는 것은 익숙하지만, 뒤로 걸어보라고 하면 힘들어 한다. 연습해 보면 할 수는 있지만, 눈이 앞을 보기에 적당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안 해봐서 뒤쪽은 어려운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시니어들은 뒤를 돌아보기 싫어한다. 앞만 보고 달리기에는 익숙해져 있는데 뒤를 돌아보자니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남들은 앞만 보고 달리는데 혼자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퇴보를 뜻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지나온 과정이 힘들어서 일지도 모른다. 다시 군대에 입대하라고 하면 돈을 준다고 해도 싫다는 사람이 많다. 다시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으면 의외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사람이 많다. 그때는 고민도 많고 고생도 많이 해서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꽃길만 걷고 싶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지나온 과정이 꽃길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의미이거나 반대의 경우로 지나 온 과정이 험난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희망을 갖자는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는 그간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되돌려 보인다고 한다. 더 이상 앞은 기대할 수 없으니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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