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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노래

기사입력 2017-10-27 14:47

요즘은 노래방에 가서 “가을이니까, 가을 노래를 하나 부르겠다”라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가을이니까 가을 노래를 하면 분위기 상 어울릴 것 같은데 노래방이 워낙 확산되다보니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한 여름에 이루의 ‘흰 눈’을 부른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이다. 계절을 따지지 않고 그냥 여러 노래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선곡을 계절에 맞춰 하는 편이다.

10월이면 꼭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인데 노래 제목을 ‘10월의 마지막 밤’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사 첫 줄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노래방에서 제목을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찾으면 못 찾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 노래는 슬로 고고 풍으로 10월 마지막 주 쯤 잘 어울리는 노래이다. 달맞이꽃이 마지막 꽃을 피울 무렵이다. 밤에 야외에 나가면 기승을 부리던 모기도 어느 덧 사라지고 덥지도 춥지도 않으면서 달빛이 좋은 계절이다. 이 노래는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인데 원래 조영남 씨에게 건네졌다가 이용씨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이용씨를 매년 10월이면 이 노래로 각종 행사에 초청되게 하는 노래이다. 원래 가사는 10월이 아니라 9월이었다는 설도 있다. 조영남씨도 노래를 잘 부르지만, 이용씨가 불러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오리지널 키는 C 키인데 이용씨 조차도 나이 들면서 고음이 힘들어 보인다. 일반인 남자들은 A 키 정도면 무난하다. ‘어머나’가 주현미씨에게 먼저 건네진 노래였는데 장윤정 씨에게 넘어가 장윤정씨를 트로트의 여왕으로 만들었듯이 노래와 가수의 운명이란 묘하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10월이면 많이 들리는 노래이다. 바리톤 김동규씨 노래로 유명하다. 가사 맨 끝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들어 있다. 이 곡은 원래 노르웨이 음악 그룹 ‘시크릿 가든’의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원곡은 ‘봄의 세레나데’라는 것이다. 김동규씨가 워낙 저음으로 불러 오리지널 Ab 키 그대로 따라 불러도 무난하다. 외국 곡이고 왈츠 곡이라 약간 생소한 박자에 주의해야 한다. 김동규씨의 바리톤이 워낙 강하게 박혀 있어 어지간한 소리통이 아니면 김동규씨 맛이 안 나는 게 흠이다.

‘가을 타는 여자’도 좋은 노래이다. 박현진 작곡, 온누리 작사, 이영희 노래이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빨간 단풍잎, 노란 은행잎을 보며 누구나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모양이다. 성별에 따라 남자가 부르면 ‘가을타는 남자’로 개사해서 부르기도 한다. 이 노래를 부른 이영희씨는 여자이므로 노래방 음정 세팅이 Bb 여자 키로 되어 있다. 남자가 부를 때는 남자 음정으로 필히 바꿔 놓고 불러야 한다. 남자들은 F 키가 대부분 맞는다.

노래방에 어떤 사람들과 같이 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워낙 트로트가 대세이다. 노래가 대부분 비슷하고 박자도 맞추기 쉽기 때문이다. 귀에 익숙하며 분위기를 돋우는데 그만이다. 그래서 ‘잊혀진 계절’,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을 타는 여자’ 등 발라드풍의 노래들은 조심해서 불러야 한다. 분위기를 가라앉게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 때쯤이면 주목을 받아 좋고, 트로트 노래를 계속하다 보니 지쳐 있을 때 마지막 시간 쯤 부르는 것이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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