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암마을에 들어가려면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야 한다. 표를 끊으며 보니 '외암민속마을을 재밌게 관람하는 방법'이 쓰인 안내판이 보였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쭈~욱 가서 홍보관 영상 보고 상류층, 중류층, 서민층 가옥을 둘러본 다음 자연미 넘치는 돌담을 따라 걸으며 마을 정취를 느껴보길 권하고 있었다. 안내문에 써진 대로 좌측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아빠 무등을 탄 꼬마나 나이 든 부모님이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은 즐겁게 전통가옥을 구경하였다. 담 너머에서 들리는 다듬이 방망이 소리에 옛 추억이 생각난 사람들은 다듬이 체험장에서 신나게 방망이를 두드렸다. 어린 아이들에게 다듬이질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들도 신이 나 보였다.
전시관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진짜 마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고즈녁한 동네가 나온다. 명문 고택과 초가로 된 농가가 한데 어울려 있는 소박한 마을이다. 마을은 온통 돌담으로 이어져 있는데 이 돌담의 길이가 무려 6,000m에 이른단다. 집 안이 다 들여다 보일 정도로 낮게 만든 돌담은 제주도 돌담과는 또 다른 운치를 느끼게 했다.
돌담길을 걸어 찾아간 곳은 이 마을 유일한 밥집인 신창댁이다. 밭에서 직접 길러 만든 반찬으로 된장찌개나 청국장을 먹을 수 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1인분에 5,000원이니 시골인심이 듬뿍 느껴진다.
지난 번에 왔을 때, 신창댁 아주머니는 가는 길에 먹으라며 막 쪄낸 옥수수를 싸주었다. 내가 미안해 하자 '여긴 아직 촌인심이 살아있다'고 선하게 웃던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아주머니를 위해 달달한 파운트 케익 하나를 준비했다.
대청마루에 앉아 구수한 청국장찌개를 먹는 동안 아주머니는 방 안에서 빵을 드셨나보다. 밥을 다 먹었을 즈음, 빵이 너무 맛있다며 밥상도 물리지 않은 상에 다가오셨다. 아주머니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시부모님 몰래 밤 마실 나갔다가 새벽에 들어오려고 하니 시아버지 방에 불이 켜있어서 오도가도 못하고 쩔쩔 맸던 옛날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었다. 밥도 맛있고 커다란 대청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도 즐거웠다. 마치 시골 친척집 아주머니집에 다니러 온 것 같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여유로운 농촌에서 휴식을 즐기는 것이 요즘 여행의 트렌드다. 잘 여문 벼들과 감나무, 밤나무, 고염나무 열매가 풍성한 가을날, 외암민속마을을 거닐며 보는 풍경은 한없이 정겹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이면 올 수 있다. 게다가 외암민속마을 주변에는 현충사나 공세리성당, 온양온천, 도고온천, 아산온천 등 즐길거리도 풍성해 당일여행으로도 매력적이다.
10월 21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가을여행주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해 전국의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함께하는 국내여행 특별 주간으로, 여행주간 기간 동안은 정부의 지원 아래 지자체, 관광업계가 협력해 전국의 주요 관광지에서 숙박ㆍ편의시설, 입장료 등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가을여행주간(fall.visitkorea.or.kr) 사이트를 둘러보고 깊어가는 가을을 즐기러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