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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일 이야기

기사입력 2017-10-14 12:51

요즘은 사시사철 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필자가 자랄 때는 열매나 과일채소라고는 봄에 딸기, 여름부터 가을철에 나오는 수박, 참외, 토마토, 자두, 복숭아, 사과, 배, 포도, 감, 대추가 전부였다. 그나마도 품종이 몇 개 안 되고 시장에 나오는 시기도 짧았다.

예를 들어, 자두는 7월이면 끝물이었는데 요즘은 품종은 다르지만, 자두가 가을에도 시장에 나온다. 복숭아도 여름까지는 나왔지만, 복숭아털이 없어 먹기 좋은 천도복숭아라는 것은 나온 지 몇 년 안 되는 신품종이다. 먹기 좋게 품종 개량한 방울토마토도 그렇다. 제주도 귤도 지금은 흔하지만, 어렸을 때는 못 먹어 보던 과일이다. 제주도로 신혼여행 갔을 때 선물로 사오던 과일이다. 사과도 지금은 어느 품종이든 다 맛있지만, 그 당시에는 맛없는 품종도 여럿 있었다. 지금은 맛없는 사과는 도태되어 안 보인다.

그전에는 흔하지 않던 과일도 보인다. 거들떠도 안 보던 오디, 우름, 꾸지뽕, 복분자도 제 철에는 먹을 수 있다. 무화과도 귀한 과일이었는데 흔한 과일이 되었고 가격도 싸다. 블루베리도 그렇다.

수입과일도 많다. 오렌지, 자몽, 메론, 바나나는 물론 동남아시아 관광이나 가야 맛 볼 수 있던 갖가지 열대 과일도 수입되어 들어온다. 바나나가 귀한 과일이라고 하면 의아해 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유일한 수입과일이었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적당히 새콤달콤해서 인기 있는 체리도 들어온다.

전반적으로 운송, 저장 기술도 발달해서 싱싱한 과일을 먹을 수 있고 심지어 겨울철에도 여러 가지 과일이 있다. 온상 재배한 과일까지 나온다. 그 덕분에 노모가 겨울철에 딸기를 먹고 싶고 하여 산야를 헤매다 쓰러진 효자에게 신선이 딸기밭을 인도했다는 동화 속에나 나오던 겨울철 딸기도 현실화 되었다.

당도도 높아졌다. 재배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달아야 좋아한다. 그전에는 수박은 두드려 보고 잘 익은 것을 골라서 샀다. 꼭지 부분을 삼각형으로 오려 내서 빨갛게 잘 익었다며 안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 없이 믿을만한 판매처에서 사면 당도에 문제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과일을 좋아했지만, 지금도 아침 식사에는 과일이 빠지지 않는다.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사시사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요즘 참 살기 좋아졌다며 이런 얘기를 하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시큰둥하다. 제 철 과일이 시장에 나왔다고 만만하게 사 먹을 수 있는 집도 많지 않았다. 겪어 보지 않은 세대들이라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일에 얽힌 얘기도 많다. 필자는 자두를 좋아했는데 아내가 참외만 사들고 와서 다시 시장에 갔다가 여름 휴가지로 떠나는 단체 버스를 놓쳤다. 끝물이라 다 삭은 자두 담은 봉투를 들고 시외버스를 타고 만리포까지 따라 간 적이 있다. 제주도 신혼여행 때 귤을 몇 박스 샀다가 그 무거운 것을 가지고 오느라고 고생한 추억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근무 시 장티푸스에 걸려 식사를 제대로 못할 때 바나나 한 다발로 식사를 대신하며 극적으로 살아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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