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필자를 얼마나 자주 울렸던 시구였던가! 쉽게 읽히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는 시를 쓰는 도종환은 필자가 좋아하는 시인이다. 여러 권의 시집을 냈기에 수많은 시가 있는데도 필자가 유독 이 시에 필이 꽂힌 것은 옷을 유독 사랑하는 성향 때문일까?
오늘 아침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도종환 시인을 만났다. 위의 시는 그의 시집 <접시꽃 당신>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무심한 시인 남편을 만난 착하고도 맑은, 천사의 영혼을 가진 아내를 기리며 쓴 그의 시들은 가슴을 파고들었다. 젊은 아내가 병이 깊어지도록 무심했던 남편의 회한이 문장마다 젖어 있어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던 시다. 1980년대 중반에 나온 시집이었고 그 후 도 시인을 참 좋아했는데 오늘 아침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야호! 신난다! 악수도 하고 포옹도 했다.
<나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의 소설을 읽은 후 존경하고 좋아했던 박완서 소설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은 후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던 신영복 교수님은 생전에 만나지 못해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데 필자가 좋아하던 도종환 시인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국회방송
<접시꽃 당신>을 출판한 후 도종환 시인이 재혼을 하자, 먼저 간 아내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절절하게 써놓고 어떻게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있냐며 많은 사람이 비난했다. 그때 필자는 전적으로 도 시인의 편을 들었다. 현실적으로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젊은 남자가 혼자 살기에는 너무 버거운 현실이었으리라 생각했다. 독자들이 그런 점들은 이해하고 감싸 안아주기를 원했다. “제가 접시꽃 당신을 읽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데요” 하자 도 시인은 무언가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그는 아직도 그 당시의 일 때문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것일까?
(쉿! 염려 놓으세요! 저는 당신 편이거든요!)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도종환
견우직녀도 이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께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