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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바람에 끊어진 인연

기사입력 2017-08-07 09:55

나, 이럴 때 분노조절이 안돼

인간은 강약의 차이가 있긴 해도 옳고 그름을 떠나 상처를 받으면 대체적으로 언사가 거칠어진다. 그리고 차분한 상태가 되면 자신이 화가 났던 일을 다시 생각하며 후회를 한다. “조금만 더 참을걸~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하며 때늦은 후회를 한다. 필자 역시 그런 일이 있었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필자가 느긋해 보이고 화를 전혀 낼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들 한다. 맞다. 가능한 한 참는다. 그래서 남보다 속앓이를 더 많이 한다. 그러다가 천성적으로 급한 성격이 한쪽에 도사리고 있다가 자존심이 다치기라도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화를 낸다. 그리고 화를 낸 것에 대해 후회를 하면서 또 다른 속앓이를 한다.

최근 오랜 인연을 맺어왔던 이전 직장 동료 한 사람이 필자 곁을 떠났다. 욱하는 성격이 빚은 결과였다. 어느 날 SNS에 필자가 출연한 방송 동영상을 올렸는데 이것을 본 이전 직장 동료가 댓글을 남겼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필자를 크게 오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는 댓글이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하루를 참았다. 생각할수록 댓글 내용이 황당했다. 댓글을 내리게 할 요량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사 업무로 시간대가 맞지 않아 그 방송을 보지 못했다고 필자에게 분명히 얘기한 적이 있음에도 마치 방송에서 들은 내용처럼 변명하는 바람에 꾹 참고 있던 화가 올라오고 말았다. 화를 잘 내지 않던 필자가 버럭 화를 내자 그는 당황했는지 “사람이 그것밖에 안 되냐?”면서 오히려 필자를 속 좁은 사람으로 깎아내렸다. 인격 모독의 발언이었다. 잘못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필자의 자존심을 더 건드리는 태도에 크게 화를 내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그와는 연락을 끊고 지낸다.

이후 필자는 혼자 속앓이를 했다. 그의 잘못이 명백하다 해도 조금만 더 참을걸 하며 후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범하게 대할 수는 없었을까? 다른 사람이 오해하면 어때? 이 나이에! 본인이 그렇지 않으면 되는 거지! 뭘 그걸 가지고 화를 냈을까? 차분하게 내 생각을 전달해도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후회막급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더 실감했다. 생각해보니 그가 내뱉은 한마디 “사람이 그것밖에 안 되냐?”는 말처럼 필자가 속 좁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가진 동물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칠십 가까운 인생을 살았으면 감정을 자제할 줄 아는 지혜 정도는 있어야 했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 욱하는 성질 때문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기면 결국 스스로에게도 상처가 된다.

정적들의 공격적인 말에 유머로 대처한 윈스턴 처칠의 재치 있는 한 장면이 부럽다. 어느 날 처칠이 파티에서 한 부인을 만나 반가워하며 “커피 한잔 하실까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네, 그래요” 하면서 “만약에 내가 당신하고 결혼했다면 당신이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잔에 청산가리를 넣었을 겁니다” 했다. 그러자 처칠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만약에 내가 당신하고 결혼했다면 당신이 나를 위해 청산가리를 넣은 커피를 마실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과부로 만들겠어요”라고 말했다. 재치 있는 유머로 주위 사람들을 웃게 하고 때로는 정적들을 꼼짝 못하게 했던 처칠. 그의 느긋하면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는 자세는 욱하는 성격이 남아 있는 필자가 배워야 할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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