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 여름 태양은 이글거리며 대지를 달구고 있습니다.
여름.
무더위.
찜통 도시의 아스팔트.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내리는 땀.
에어컨이 고장 난 차는 그야말로 찜질방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날따라 날씨가 더 더웠습니다.
업무 차 약속을 하고 사람을 만나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소매로 땀을 훔치고 백밀러를 보니 웬 냉동차가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따라올 리가 없다고 생각해 무심코 지나치려 했지만
냉동차는 계속 따라오며 마침내 거의 내 차 옆에다 차를 붙이더니
창문을 내리고 말을 걸었습니다.
운전 도중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고 차를 세우고는
냉동차 기사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자기는 유명호텔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모 호텔에 납품하려던 제주산 돔이 한 박스가 남았으니
한 박스에 20만원이지만 오늘 반값인 10만원에 준다고 하며
한사코 내 차의 진로를 방해했습니다.
너무 진로를 방해받기도 했지만 업무 차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이라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박스를 열어보라 했더니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 열수 없다며 믿고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거의 강매 수준이었지만
유명호텔에 납품하던 물건이라니 믿어보기로 하고 박스 채 인도받아 차에 옮기고 돈을 건넸습니다.
기사는 웃으면서
“사장님 횡재하신 거에요"하면서 떠났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약속된 장소에서 박스를 가지고 가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선물로 건넸습니다.
그런데 포장을 뜯고 보니...
앗, 이럴 수가요.
제주산 돔은커녕 먹을 수도 없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작은 생선 몇 마리가 얼음 속에 조용히 재워져 있었습니다.
선물을 준 나도, 받은 상대방도 놀랐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까짓 걸 선물이라고 주었으니
상대방은 내심 자기를 깔본다고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게 더 큰 낭패였습니다.
속았다는 생각에...
선물을 받고 더 실망하는 상대방에 대한 무안함에...
울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상대방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난 후 이해를 시켜 넘어가긴 했지만
정말 어이없는 횡재(?)를 당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더 어이없는 것은,
한 번 당하고 나니 내가 그런 냉동차의 호구가 되었는지
차를 몰고 나가기만 하면 그런 놈들이 나타나더라고요.
“아이 씨, 왜 나만 가꾸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