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헝가리 도나우 강변의 예술인 도시, 센텐드레

기사입력 2017-06-09 11:52

[해외 투어] 시니어들의 ‘한 달 별장 만들기’ 좋은 도시들❻

헝가리는 부다페스트를 기점으로 도나우 강 근교 지역(약 45km)을 묶어 도나우 벤트(Danube Bend)라 부른다. 도나우 벤트 중 ‘센텐드레’는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다. 1000년의 역사가 흐르는 고도로 사적과 문화유산이 많고 17~18세기의 화려한 건축물들이 도시를 빛낸다. 특히 도시 전체에는 예술미가 넘쳐난다. 1920년대,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 시골 마을로 숨어 들어온 예술가들이 만든 도시답게 말이다.

▲센텐드레 시청(이신화 여행작가)
▲센텐드레 시청(이신화 여행작가)

신성로마제국 때의 건축물이 남아 있는 도시

부다페스트에서 센텐드레(북쪽으로 약 20km)까지는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혹은 배)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도시의 ‘카노노크(kanonok)’ 거리를 따라가면 시 청사를 만나고 곧 메인 광장에 이른다. 메인 광장으로 다가설수록 골목길의 운치는 깊어진다. 반질반질 윤기 나는, 자갈돌 박힌 골목의 양 옆으로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이 도시는 약 1000년 전, 고대 때부터 사람들이 정착했다. 로마제국의 통치 시절에는 ‘늑대성’으로 불리며 군사적인 요충지 역할을 담당했다. 9세기에 마자르족이 장악했고 16세기부터는 오스만투르크(1541~1686)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때 원주민들은 대거 이 도시를 떠났다. 17세기 말, 16년간의 질긴 오스만투르크와의 전쟁(1683~1699)을 끝내고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의 신성로마제국이 이 도시를 점령한다. 이때부터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슬로바키아인 등 지중해 연안 사람들이 이주해오면서 바로크 스타일의 주택과 지중해풍의 교회 등을 건축한다.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었던 센텐드레는 1872년에 도시로 승격됐고 2010년에는 인구가 2만5000명이 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독립을 선언한 예술인들 모여들다

▲페스트 십자가(이신화 여행작가)
▲페스트 십자가(이신화 여행작가)

센텐드레의 메인 광장은 오래전부터 부다, 비셰그라드, 필리스의 시골길이 만나는 교통의 요지였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1763년에 만들어진 ‘페스트 십자가’가 서 있다. 세르비아 상인들은 페스트에서 구제된 것에 감사해하며 바로크 양식의 그리스 정교 십자가를 도시에 헌정했다. 십자가에는 그리스도의 이콘(Icon)이 새겨져 있다. 십자가 밑에는 세르비아 남자가 거꾸로 묻혀 있다는 전설이 흐른다. 옛날 세르비아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위로 올라온다고 믿는 관습이 있어 시체가 나오지 못하도록 머리를 밑으로 매장했다는 것이다. 광장 주변으로는 합스부르크 지배 시절에 만들어진 17~18세기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1752년에 건축된 바로크 양식을 가진 블라고베스텐슈카(Blagovesztenszka, 성 수태고지) 세르비아 정교회가 눈길을 끈다. 베이지색 건물에 청록 뾰족 지붕이 돋보인다. 그것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작은 개인 갤러리, 다양한 기념품 숍, 부티크, 액세서리 가게, 레스토랑 등이다. 특히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숍에 진열된 전시품들. 예사롭지 않은 ‘예술감’이 느껴진다. 그 이유가 있다. 헝가리 공산주의 정권 시절인 1929년부터 예술가(화가, 음악가, 시인, 문학가)들은 이 도시에 울타리를 만들었다. 독립이 필요했던 200여 명의 예술가들이 집단으로 대거 이주한 것이다. 이후부터 이 도시의 트레이드마크는 ‘예술과 예술인’이 됐다. 헝가리의 대표 도예 작가인 코바치 머르기트(Kovacs margit, 1902~1977)의 도자기 박물관이 유명하다. 18세기의 건축물인 ‘소금 상인의 집’을 개조해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11개 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300개 이상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온 도시에 퍼져 있는 예술적인 제품들은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든다.


도시 가장 높은 곳의 플레바니아 교회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 요한 교회(이신화 여행작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 요한 교회(이신화 여행작가)

센텐드레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플레바니아(성 요한) 교회로 향한다. 약간 경사진 언덕의 좁은 골목에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건물이 많다. 이 교회 자리는 원래 성채였다. 중세 때는 성 안드레(Saint-Andre´)를 위한 로마네스크 스타일의 작은 교회가 있었다. 성 안드레는 ‘센텐드레’라는 지명과 무관하지 않다. 이후 몽골의 침공으로 파괴됐다가 1241~1280년 사이에 재건됐고 14~15세기에는 고딕 양식의 석조 성당이 최초로 건축됐다. 16세기에 터키 침공으로 파괴됐고 지금 건물은 18세기의 것이다. 교회는 작고 소박하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결혼식이 한창이다. 실내를 기웃거리는 여행객을 위해 성당 안을 보라고 친절을 베풀어주는 헝가리인의 마음씨가 살갑다. 교회에서 구시가를 내려다보면 매력적인 지붕들이 돋보인다. 숍이 된 주택 안쪽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러나 야트막한 언덕이라서 도나우 강을 훤하게 조망하지는 못한다. 교회 입구에는 헝가리의 전위 예술가인 초벨 벨라(1883~1976)의 박물관이 있다. 초벨 벨라가 죽기 한 해 전인 1975년에 개관했다. 내부에는 초벨과 그의 부인 마리아 모독(1896~1971)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 일로스바이 바르가 이스트반(Ilosvai Varga Istva´n, 1895~1978)의 작품도 상설 전시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성공한 초벨 벨라는 1930년대 중반부터 센텐드레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옛 향기가 물씬한 토록(Torok)식 좁은 골목을 헤집으면서 18세기에 건축된 베오그라드 교회로 간다.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첨탑(48m)을 가진 베오그라드 교회는 성 요한 교회보다 훨씬 크고 화려하다. 1756~1764년에 체코의 둥근 천장이 있는 본당으로 확장했고 탑을 기점으로 중간은 ‘남성 교회’, 그 아래를 ‘여성 교회’로 나누었다. 주교들의 묘소는 본당 지하에 있다.


도나우 강변과 보그다니 골목

▲언덕에서 바라본 도나우 강(이신화 여행작가)
▲언덕에서 바라본 도나우 강(이신화 여행작가)

언덕을 내려와 도나우 강변으로 향하면 먼저 ‘보그다니(Bogda´nyi)’ 거리에 이른다. 도나우 강변과 가장 가까운 이 골목엔 해묵은 분위기가 켜켜이 배어 있다. 선착장이 인접한, 내륙의 첫 골목이니 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18~19세기의 낡은 건물들은 숍으로 이용되고 있다. 오래된 유적들은 긴 역사를 증명해준다. 로마 때 이용되던 공중목욕탕도 발견됐다. 현재의 와인 박물관도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도시의 와인 만들기는 수세기 동안 오랜 전통을 이어왔다. 오스만투르크 침략 이후 이주민(세르비아인, 달마시아인, 그리스인)들은 적포도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19세기의 펌프는 아직 남아 있고 당시 집집마다 갖고 있던 코챠뇨(kacsa´rnya, 포도주 저장실)도 많이 발견됐다. 코챠뇨 1호집은 신성로마제국 황제 요제프 2세(1741~1790, 재위 1765~1790)가 치안 판사의 비리를 조사하라고 조사관에게 준 집이다. 이 집에서는 헝가리의 유명한 작가 모르 요커이(Mo´r Jo´kai, 1825~1904)가 러브 러비(Rab Raby)라는 작품을 집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보그다니 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도나우 강에서는 옛 로마시대의 돌다리 흔적, 센텐드레의 섬, 포도원의 아름다운 언덕 등을 볼 수 있다.


토요일마다 예술 시장이 열리는 예뉴 둠챠 거리

▲예뉴 듐챠 거리 주말 시장(이신화 여행작가)
▲예뉴 듐챠 거리 주말 시장(이신화 여행작가)

▲센텐드레의 상점(이신화 여행작가)
▲센텐드레의 상점(이신화 여행작가)

보그다니 거리를 거슬러 올라오면 다시 메인 광장을 만나고 곧추 직진하면 예뉴 둠챠(Jeno″ Dumtsa) 거리다. 1897년, 시 승격 25주년을 기념해 당시 시장인 예뉴 둠챠(1838~1917) 이름을 붙였다. 그리스인 예뉴 둠챠는 부모를 따라 20세에 이곳으로 이주해와 79세까지 거주했다. 대법원장을 지냈고 시민에 의해 선출된 도시 최초의 시장이었다. 그는 부다와 센텐드레를 연결하는 ‘통근열차’를 만든 것 외에도 도시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이 거리의 특별한 재미는 주말에 열리는 장터다. 마치 잔칫날을 만난 듯 흥겨워진다. 생선, 소시지는 물론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잼이 들어간 리테쉬(이신화 여행작가)
▲다양한 잼이 들어간 리테쉬(이신화 여행작가)

▲침니 케이크(굴뚝빵)(이신화 여행작가)
▲침니 케이크(굴뚝빵)(이신화 여행작가)

할머니는 전통 빵 리테쉬(Retes, 얇게 편 반죽에 과일을 말아 넣어 구워낸 빵)를 구워 내온다. 체리, 스트로우베리 등 다양한 잼이 들어간 ‘리테쉬’는 달달한 게 맛이 좋고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전통 방식으로 굽는 키르토쉬칼라취(일명 굴뚝빵)도 좋은 간식거리다. 또 이 거리에는 예뉴 바르차이(Jeno″ Barcsay, 1900~1988) 화가의 컬렉션이 있다. 그는 여러 차례 센텐드레를 방문하다가 결국 이곳에서 살았다. “나는 센텐드레에서 살았고 센텐드레에서 회화의 길을 창조했다. 센텐드레에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삶과 예술이 있다. 모든 것이 살아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또 센텐드레에서 가장 큰 정교회인 바로크 양식의 1753년에 건축된 성 피터 앤 폴 교회가 있다. 교회 안에서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동상 등을 볼 수 있다. 또 19세기의 유명한 세르비아 작가이면서 산문 작가인 야코프 이그냐토빅스(Jakov Ignjatovic´, 1822~1889)의 생가(No. 5)도 근처에 있다. 러시아의 ‘고골’과 자주 비교되는 그는 고향 센텐드레를 많이 언급한다. 작가는 책 속에서 묻는다. “당신은 아는가? 센텐드레가 어디 있는지?”라고.


Travel Data

▲헝가리맵
▲헝가리맵

현지 교통 부다페스트 바티아니(Battiany) 역이나 테르(ter) 역에서 센텐드레행 초록색 교외 열차(www.bkv.hu)가 수시로 운행한다. 30~40분 소요된다. 버스(www.volanbusz.hu)나 유람선(www.silver-line.hu)을 이용해도 된다. 대형 유람선은 7~8월 주말에는 매일 운항한다. 비수기나 물 수위가 낮을 때는 작은 배가 정기적으로 운항된다.

센텐드레 관광 사이트 www.iranyszentendre.hu/en

기타 센텐드레 시내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민속촌이 있다. 약 100년 전 헝가리 각 지방의 가옥과 생활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한국의 민속촌'과 비슷하다. 60ha의 면적에 여덟 개 지방의 312채 건물들이 있다.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복잡한 부다페스트보다는 센텐드레에 숙소를 정하고 여행을 다니면 좋다. 현지 주민처럼 살아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헝가리는 부다페스트를 기점으로 도나우 강 근교 지역을 묶어 도나우 벤트라 부르는데 센텐드레 외에도 비셰그라드, 에스테르곰이 있다. 모두 센텐드레와 인접해 있는 소읍들이다. 특히 에스테르곰은 볼거리가 많고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와 바로 인접해 있다. 날짜를 잘 나눠서 살면 제법 유용한 여행이 될 것이다. 꼭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은 한 달 여행 방식에 잘 어울린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기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기사

  • [브라보가 만난 욜드족] “삶이 곧 힙합” 춤주머니 아저씨
  • [브라보가 만난 욜드족] “땀으로 지병 없애고, 복근 남겼죠”
  • 패션부터 여행까지… 소비시장 주도하는 욜드족
  • [브라보가 만난 욜드족] “커피 내리는 현장 남고자 승진도 마다했죠”

브라보 추천기사

브라보 테마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