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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이름을 불러본다

기사입력 2017-05-02 09:23

[그 사람, 참 괜찮았었는데…]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진다.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인연도 있고 더 오래 만나지 못해 그립고 아쉬운 인연도 있다. 인간관계를 의지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리라. 인연은 구름처럼 마음 한구석을 지나간 그림자요, 물 위에 떠가는 꽃 이파리다. 만나고 싶어도 이승에서는 못 만나는 친구도 있고 인연이 되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는 지인도 있다.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 Y는 미소년이었다. 곱상한 외모에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의 외모는 거의 스타급이었다. 필자는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말도 못하고 그저 주위를 맴돌며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졸업 후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바람에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다른 친구를 통해 종종 소식만 듣다가 고등학교 졸업 후 가족 모두가 남미 우루과이로 이민을 갔다. 이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환송회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갔는데 그 친구는 벌써 떠나버리고 없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남미로 여행이라도 가면 수소문해서 만나보고 싶은 친구다.

고등학교 친구 J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IMF 전후에 만나 어려운 시기를 같이 보냈다. 취업 기간을 빼고는 거의 매일 만났다. 사무실을 차려 전업 투자자로도 같이 활동했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수익의 변동이 크고 성공하기가 어려웠다. 일정한 수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J는 할 수 없이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옮겨 살다가 나중에는 봉천동에서 월세로 살았다. 자존심이 강한 J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절대 없었고, 결국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필자가 취직을 하게 되어 좀 도와주려고 하던 차에 그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망연자실했다. 좀 더 헤아렸어야 했는데 후회가 컸다. 내세에 만나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P는 자격증 시험공부를 공부하다 만난 지인이다. 수년을 함께 공부하고 낙방도 함께 경험하면서 많이 가까워졌다. 필자는 다른 일을 하느라 중도에 포기했지만 P는 계속 공부를 해 10년 만에 자격증을 땄고 현재 관련 업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서로가 하는 일이 달라지니 만나는 시간이 점점 뜸해졌다. 필자가 열심히 공부해서 동종 업계에서 활동하게 되었다면 관계가 더 긴밀해졌을 것이다. 아쉽다.

부친이 돌아가신 지 6년이 지났다. 밖에서는 무골호인이었지만 집에서는 너무 엄격하신 아버지였다. 일방적으로 강하게 요구하시는 것들이 많아 필자가 가끔씩 반발했다.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좀 더 자유를 주셨더라면 필자의 삶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반발하는 마음에 아버지가 권하고 강요하시면 무조건 하기 싫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부친의 바람과는 달리 전공, 종교, 직업 등에서 매번 다른 길을 택하곤 했다.

아버지는 교장으로 정년퇴직하기 직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17년을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다. 병으로 고생하실 때는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아무리 잘해도 한 번도 칭찬을 받은 적이 없어 어느 날 넌지시 왜 그러셨냐고 여쭈어보았다. 교만해질까봐 그랬다고 말씀하셨다. 표현은 하지 않으셨지만 자식을 깊이 사랑하셨던 것이다.

우리 가족이 이나마 살고 있는 것은 다 아버지의 역량 덕분이라고 여겨진다. 기대에 못 미친 불효자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신 차려 잘해드리려고 하니 안 계신다. 마음 아프게 해서 죄송해요. 다시 만나면 잘해드릴게요. 아버님 사랑합니다.

후회와 그리운 마음에 때늦은 사부곡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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