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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돌아설 것을... "

기사입력 2017-03-13 15:00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다. 하물며 오랜시간 정을 나누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듯 등을 돌리며 얼굴에는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난시간, 받기만 했던 감사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오랜만에 미국으로 전화를 했다. 그녀는 웬일이냐며 반갑다고 아주 큰목소리로 답을 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욕심으로 지글지글 끓어 오르는 목소리에는 한국의 제주도를 운운하고 있었고, 지난날에 대한 후회의 목소리도 역력했다. 아직도 변함이 없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보다는, '그 언젠가는 변하겠지?' 라는 미련을 남기며 또 한동안 말을 잃고 말았다.

그녀와는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하며 알게된 관계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다방면에 상당한 욕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한계는 멈출줄을 모르고 현재 진행형이었다. 커다란 병원빌딩에서 남편은 닥터로 병원을 하고 있었고 저택도 지니고 있었다. 병원에서 들어오는 수입으로 여기저기 땅을 사들였다.1년에 두어번은 한국을 오가며 강남에 건물도 사들였고 아파트도 있었다.

자그마한 체구를 지니고 똑똑한 그녀는 돈만 생기면 늘 금 은 덩어리를 주어 모았다. 그녀는 엄청난 구두쇠였지만 언젠가 필자가 돈이 필요하다고하면 아주 잠깐이라도 덩어리 채로 빌려주곤했다. 뿐만아니라 학구적인 열정도 누구보다 남달라 쉴새없이 하늘로 치솟았다. 병원에서는 간호원을 못믿겠다며 직접 주사를 놓기위해 한의대도 다니고 있었다.

필자는 어느날부터 그녀의 대단한 열정에 관심을 두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후로 부터 그녀도 필자의 딸에게 묘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서 의사가 된, 필자의 딸에게 이글거리는 욕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필자에게 서서이 다가오며 물질공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본격적으로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병원으로 필자부부를 불러대며, 온갖 것들로 마음을 사로잡으려 안간힘을 써댔다. 주로 먹을것 들이었다. 이런저런 과일에서부터 생선까지, 미안해서 사양을 할라치면 감히 입을 뗄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더구나 명절때가 되면 그녀의 저택으로 초대해 떠들썩하게 자기의 부를 과시하곤 했다.

심지어는 그녀의 아들에게 직접 요리를 하게하며 미래의 장모에게 점수를 따려고 갖은 묘책을 써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대단한 가족들이었다. 급기야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몇번에 걸쳐 한국까지 달려가 필자의 딸을 만나고 오는 지경에 까지 이르고 말았다. 그러나 남녀관계의 결혼인연이란 그리 쉽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엔가 부터 찬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한다. 상냥하기만 하던 얼굴에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필자를 맞이하는 모습에도 그림자가 지기시작했다. 아마도 그녀의 목적의식에 금이 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서서히 그렇게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을 느끼면서도 필자는 냉정하게 돌아설수만은 없었다. 늘 받기만해 아주 부담스러워했는데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유를 모르니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아니 그녀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그후로 부터 그녀의 일방적인 욕심은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으나, 늘 그녀의 특기인 후회스러움이 필자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필자도 서서히 마음을 돌리며 억지스러운 인연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관계란 바람처럼 스쳐가는 가벼운 가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바다건너 전화속에서도 그녀는 아직도 결혼을 하지못한 그녀의 아들을 또 가식적으로 자랑만 펼친다. 그러나 필자의 딸은 이미 훌륭한 배필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녀가 생각하듯 세상사 모든것이 욕심만으로 채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아보니 더구나 자식문제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변함없이 뭔가 똘똘뭉쳐있는 그녀의 아집속에서는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이유는 알수없는 미스테리이다. 오랜만에 미국으로 연락해 차마 물어볼수도 없었다. 다만 지금도 그녀는 필자의 딸을 잡지못함은 끝내 애석함으로 남아있는 듯했다. 돌이켜 지나온 이민 생활을 생각하니 웃음반으로 헛웃음도 나온다. 또 그모든것들은 지난 과거속에 서서이 묻어져만 간다. 단지 한때의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그녀는 필자가 잊지않고 국제전화로 연락해 줬음에 깊은 고마움을 전해왔다.

사람의 관계는 한번 끊겨지면 언제 다시 연락할 사이가 될지 모르지만, 필자는 그녀가 지난날 퍼부어 주었던 고마움에 감사함은 변함이 없다. 언젠가 나이를 더 먹고, 욕심의 기운이 소진을 할때면 다시 만나, 지난 과거속 이야기에 함께 머물며 자식들 이야기로 웃고 떠들며 인생을 나누고 싶다. 그저 이해타산이 없고, 소소한 정이 담긴 삶의 관계에서 자식과 함께 늙어가는 사람냄새로 만나고 싶다.

그녀와 훈훈한 인정으로 만날수있는 언젠가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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