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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생긴 일

기사입력 2017-01-25 17:53

열흘 전쯤 친정어머니가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괜찮을 줄 알고 하루를 그냥 지냈는데 다음 날부터 엉덩이 쪽이 아프고 다리에 힘을 줄 수 없어 혼자서는 걸음을 못 걷게 되었다.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뼈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근육이 놀랐으니 물리치료를 며칠 받으라고 해서 매일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지금까지도 낫지 않고 아프다고 했다.

계속 아프면 다른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다시 한 번 찍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오늘은 어떠냐고 계속 묻고 있는데 아주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 같지만, 아직도 아파서 목발이 아니면 걷기가 힘들다고 투정한다.

 

어르신들이 흔히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정말 큰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이 정도인 게 정말 다행스러웠다.

다쳐서 걷기가 힘들어진 어머니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왜 조심 좀 안 하고 넘어져서 딸들을 힘들게 하는지 속으로 조금은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팔십 중반이 되었어도 성당도 잘 나가고 미사가 끝나면 아무 버스나 올라타서 서울 시내버스투어를 다닐 정도로 씩씩하게 잘 지내셔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찾아뵙고 있었는데 거동이 불편하게 되니 딸들이 번갈아 매일 들여다봐야 해서 몸과 마음이 피곤해졌다.

저녁을 챙겨드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아픈 엄마를 두고 나온다는 가책 때문에 걱정스럽고 마음이 아파서 몹시 속이 상한다.

오늘 필자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일어서면서 의자 다리에 걸려 방바닥으로 휘청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지는 짧은 동안 ‘아, 내가 넘어지는구나, 내가 왜 넘어지는 거지?’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필자가 항상 팔팔하고 건강해서 넘어지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줄로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다리가 꼬여 넘어지면서 엉덩이와 오른쪽 팔꿈치를 방바닥에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엉덩이도 아팠지만, 팔꿈치의 통증이 심했다.

혹시 뼈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아팠는데 잠시 후 만져보니 부딪힌 자리가 도톰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

팔을 굽혔다 폈다 반복해 보았더니 잘 움직여져서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다치고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난다.

엄마가 다쳤다고 했을 때 조심 좀 하지 왜 넘어져서 필자를 불편하게 만드는지 불평을 했다.

필자가 이렇게 넘어져서 다치고 보니 어머니가 넘어지고 싶어 넘어진 것도 아닌데 필자가 좀 불편해진다고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게 후회가 되며 가슴이 아파져 온다.

 

앞으로는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다.

어머니에게 일어나는 일이 다 필자에게 닥쳐올 미래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랬을 때 내 자식이 나처럼 불평한다면 얼마나 슬플지...어머니 생각이 나며 좀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필자는 얼른 수화기를 들어 “엄마, 내일 아침 일찍 갈게요”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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