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내려다 본 주차장은 차 한 대마다 하얀 천을 덮어 놓은 듯하다.
방송에선 연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 한다.
그래도 차에 눈이라도 치우고 나가야겠단 생각에
빗자루와 쓸개를 갖고 내려갔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한쪽 옆에 차는 없는데 내차에 눈이 말끔하게 다 치워져 있는 게 아닌가.
아래를 보니 옆 차와 내 차에서 치운 눈이 수북이 쌓여 있다.
옆 차 주인이 누구인진 몰라도
자신의 차 눈을 치우며 내 차까지 치워 주었나보다.
기분이 묘하다.
내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다.
뭐라 할까 횡재했다는 생각은 전혀 아니지만 절대 나뿐 기분은 아니다.
생각치도 않게 아침을 이렇게 기분 좋게 만들어주다니 고맙다.
나도 이왕 눈 치우러 나왔으니 하는 마음으로.
옆 차 눈을 치워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 차 눈 치울 때 의무감보다 더 기분 좋고 신이 났다.
하는 길에 내 차 눈 치워준 것으로 생각되는 텅 빈 옆 차 눈까지 2대를 치워줬다.
기분 좋게 눈을 치워서 그런지 시간도 내 차 한 대 치울 정도에 마쳤다는 게 신기했다.
아마도 그 분들도 나 같은 기분이 들겠지 하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늦을 걸 생각해 평소보다 일찍 나오는데
미리 겁먹고 차를 두고 나와 대중교통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인지
대로는 녹아있고 밀리지 않는 차들이 쌩쌩 달린다.
나이 들어 미끄러지면 큰일 난다며
아내가 챙겨준 아이젠이 제 힘을 발휘한다.
조심 또 조심하는 사람들을 패스하며
미끄러질 염려 없으니 어깨 펴고 신나고 당당히 힘차게 걸었다.
작은 배려 하나가
선물 받은 하루에 덤 주듯 선물하나 더 받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웃는 하루가 될 것이란 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