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진보쵸 책방거리를 배경으로 자그마한 헌책방에서의 일상을 담은 영화다. 회사원 타카코는 1년 넘게 만나던 남자에게 실연 당한 후 괴로워한다. 그러다가 모리사키 삼촌의 권유로 진보쵸에 있는 삼촌의 집으로 온다. 2층 다락방에서 살면서 삼촌을 도와 헌책방 일을 하지만 하루하루 의미없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 다카코에게 헌책방 단골 손님은 “책을 읽지 않으면 세상의 겉 밖에 볼 수 없어. 얄팍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면 여기 있는 훌륭한 책들을 읽어봐“ 라고 말한다.
한편 매일 빈둥거리며 지내는 게 불안해진 다카코에게 삼촌은 “인생이란 가끔 멈춰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은 잠깐의 휴식이야. 너라는 배는 지금 이 마을에 닻을 내리고 있어. 잘 쉬고 나서 다시 출항하면 되지.” 라며 부드럽고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그러면서 진보쵸에서 생활을 즐기라고 다독인다.
책을 좋아하지 않던 타카코는 책방을 돌아다니며 누군가 책 사이에 꽂아 놓은 마른 꽃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읽으며 밑줄 그은 말들을 본다. 그녀는 책을 읽으면서 전에 그 책을 읽었던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고 그들과 교감하며 책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거나 햇살 비추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타카코의 모습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사람들은 시간을 헛되이 쓰면 불안하다.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 지내도 되나’ 라는 의심이 들어, 힘들어도 악착같이 버티고 살아낸다. 힘겨울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에게 ‘좀 쉬어가도 괜찮아’ 라는 말을 건넨다. 버티는 삶이 힘들고 고단한 사람, 상처 받아 넘어진 사람들에겐 이 한마디도 커다란 위로가 되고 힘이 될 것이다. 잠시 쉬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내면의 가치를 스스로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이 영화가 가르쳐 준다.
도쿄 간다에는 진보쵸 역을 중심으로 150개가 넘는 서점들이 있다고 한다. 세계최대의 책방 거리다. 청계천에 줄지어 있던 헌책방도, 서울대 앞 녹두거리를 지키고 있던 단골책방도 자취를 감추고 만 우리와는 달리 도쿄 한복판에 세계최대 책방 거리가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매년 창고에 쌓아둔 먼지 쌓인 책들을 꺼내 헌책축제도 연다는 진보쵸 거리. 다시 도쿄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 다카코가 걸었던 그 길을 경쾌한 발걸음으로 따라가보고 싶다.